한국일보

희미한 종이 냄새·잉크향 속 활자가 주는 편안함·정겨움

2023-06-11 (일)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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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이 좋은 3가지 이유... 워싱턴 한국일보 독자 8인에게 묻다

인쇄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의 변화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신문은 종이에서 인터넷 등을 비롯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신속성과 친근감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서려 하고 있다.

또한, 신문의 딱딱함을 탈피하고 새로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한인사회를 비추는 밝은 창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창간 54주년을 맞아 독자들에게 신문이 좋은 세 가지 이유를 물었다.

◇이상남 박사


워싱턴으로 이사 온 1973년부터 한국일보 구독을 시작해 지금까지 50년 동안 애독해 오고 있다. 당시 신문사는 조지타운의 작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고, 애난데일에는 한국식당이 한 곳도 없던 시절이다. 나는 출근할 때 신문을 가방에 넣었다가 점심시간에 읽곤 했는데, 직장 미국 동료들이 한국신문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한글로 된 한국일보를 읽으면서 가슴 뿌듯한 긍지를 느꼈다. 나는 미국신문을 온라인 구독으로 바꾸었지만 한국일보는 계속 종이신문으로 받아보고 있다.

첫째, 동포사회의 소식전달과 소통에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포사회와 미국 사회를 연결하고 주류사회 진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둘째,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 소식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며 공정한 보도로 동포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셋째, 문화, 스포츠, 취미 등 유익하며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다.

◇제니 황 메릴랜드시민협회 사무총장

첫째, 요즘같이 흥미 위주의 기삿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깊이 없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읽으며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많아졌다. 쭉 읽어내려 가다 보면 신뢰성도 애매한 게, 책임을 묻기도 힘든 정보들이 제공된다. 시간이 금인 요즘 세상에 확실치도 않은 인터넷 기사 대신, 확실하고 확인된 정보가 실린 신문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사랑받는 이유인 듯하다.

둘째, 음식을 편식하듯 우리는 정보도 편식을 한다. 관심분야에 관한 기사나 정보는 무한정으로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지만 신문처럼 골고루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접하기 쉽지 않다. 깊이 없고 확인되지 않은 기사에 우리는 쉽게 흥분하기도 하고 한쪽으로 편향된 의견이 쌓이기도 한다. 우리의 정신건강 지식 건강을 위해 신문이 존재하나 보다.


셋째, 난 종이신문의 냄새가 좋다. 눈으로 읽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 느끼는 손끝의 감촉,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읽어 내려간다. 난 이런 아날로그한 느낌이 좋다.

◇문병권 한의사

첫째,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찾게 되는 하루를 알리는 지식의 전령사이고

둘째, 터치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삶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이 시대 아날로그의 블루칩으로 마지막 보물이다.

셋째,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뉴스와 정보로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박기웅 워싱턴시민학교 교감

첫째, 당시로는 드물게 대학을 다니셨던 아버지의 꿈은 신문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신문기자가 박봉이라는 말에 꿈을 접고 다른 직장을 택하셨지만, 아버지는 늘 신문을 2가지 이상 구독하셨고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읽던 그 신문들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데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다.

둘째, 대학 때 나는 교지편집실에 있었고, 아내는 학보사에 있었다. 걸핏하면 검열과 빨간 줄이 좍좍 그어지던 시절이었고, 소속은 달랐지만 같은 학내언론기관이라 가끔 만나 술로 회포를 풀면서 동지애를 키웠다. 그때만 해도 활판인쇄로 신문을 만들던 시절이라 교정보러 가는데 한 번씩 따라 다니며 연애했고 그러다 결혼까지 했다. 신문이 인연을 만들어준 셈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불릴 만큼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생경한 용어들이 등장하는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이지만 그럴수록 아날로그라서 혹은 조금 느려서 더 좋은 것들이 분명 있다. 갓 나온 신문에서 풍겨오는 상큼한 인쇄 냄새와 활자를 읽는 즐거움, 편안함과 정겨움을 컴퓨터 따위가 어찌 따라올 수 있냐 말이다.

◇김덕만 버지니아한인회 수석부회장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사춘기 시절,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읍내에 나가시면 항상 신문을 갖고 집으로 오셨다. 지금과 달리 한자와 한글이 뒤섞여있던 신문을 아버지가 먼저 보시고 나면 나는 그 신문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배우며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정보를 얻곤 했다. 그런 친숙함 때문일까?

첫째, 어언 반세기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매일 아침 접하는 한인 신문을 보면서 신문지 특유의 향기가 옛날 아버지를 추억하게 해서 좋고, 또 신문지에서 와 닿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좋다.

둘째,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과 함께 남들과의 이슈에 대해 논하고 공감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셋째, 스마트기기와 인터넷이 삶을 주도하고 있는 요즘, 온라인 콘텐츠에는 ‘가짜뉴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가짜뉴스의 80%가 온라인 콘텐츠에서 나온다고 하니 큰 문제다. 그렇다 보니 신문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문 앞에 놓여 있는 신문 한 부가 나를 반긴다. 아직 펼쳐 보지 않은 ‘정론직필’의 다양한 기사가 실린 한국일보가….

◇박대성 베다니한인연합감리교회 목사

첫째, 신문은 시대적인 변화와 흐름을 포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목사로서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이해하고 직면한 여러 도전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신문을 통해 지식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신문은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하다. 내가 듣기 좋아하는 한쪽 편의 이야기만을 듣는다면 결국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힐 수가 있는데, 신문을 통해 다양한 문화, 배경, 사상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셋째, 신문은 지역사회를 파악하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신문을 통해서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행사, 사건, 이슈 등을 살펴보면서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파악하고 성도들과 함께 선한 영향력을 끼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홍병찬 하워드카운티한인시니어센터 이사

첫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늘 따스하게 나를 반겨주는 종이로 된 신문, 손에서 느끼는 포만감과 행복함으로 좋아한다.

둘째, 다양한 정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그리고 세계 지구촌의 사건, 사고를 알알이 알게 되어서 나의 얄팍한 지식과 무지한 상식 등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에 한국일보가 좋다.

셋째, 매주 화, 수요일 경제면에 실리는 ‘오늘의 경제지표’에 원화환율에 대한 자세한 흐름의 정보를 알게 해주어 내 경제생활의 지침이 되어주는 한국일보가 아니 좋을 수가 없다.

◇이희순 풍물패 한판 부회장

첫째, 한국일보는 오랜 세월 함께 해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구 같은 신문이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카카오톡이 없을 때 유일한 소식통이었다.

둘째, 신문은 두고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채소를 보관하거나, 철 지난 옷을 보관할 때 등 신문을 읽고 나면 쓸데가 많다.

셋째, 나는 특히 오피니언 섹션을 좋아한다. 친구나 아는 지인의 글을 보면 더 반갑다. 가끔은 글을 읽고 전화를 해 안부를 묻기도 한다.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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