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밤길 

2023-06-04 (일)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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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는 초저녁
둥근 달을 밟으며 걷는 길
발자국 소리에 우뚝 선 사슴의 눈
은빛 달의 얼굴이 마주칠 때
깜짝 놀라 숲속으로 달아난다
내 앞을 달리는 검은 그림자
그 어둠을 피해 가는 길처럼
내 마음 깊숙이 두려움이 앞선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 친구들
한 친구는 골수암, 또 다른 친구는 췌장암
서로 다른 고통을 안고 가는 혹독한 길
내가 걸어가는 이 밤길도 험하리
숲속에서 우글거리는 진드기
뱀이 나올까 몰라 두려운 길
검은 구름을 껴안고 나뭇가지를
붙잡아주는 달빛을 쫓아
빨리 걷는 다리에 쥐가 내리는지
휘청이는 유월의 밤길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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