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맨틱하고 우아한 두 중년 남녀의 사랑 이야기

2023-01-20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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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잊지 못할 연정’(An Affair to Remember·1957)

로맨틱하고 우아한 두 중년 남녀의 사랑 이야기

니키(왼쪽)와 테리는 여객선 승객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사랑을 나눈다.

감상적이며 로맨틱하고 또 우습고 우아한 각기 임자가 따로 있는 두 중년 남녀의 사랑의 이야기다. 두 주인공 케리 그랜트와 데보라 카의 매력적인 콤비와 달콤하면서도 우수가 깃든 주제가(빅 다몬이 부른다) 그리고 화려한 세트와 의상 등이 다 훌륭한 아름다운 영화다.

1950년대 후반. 유럽서 뉴욕으로 돌아오는 호화 여객선 ‘컨스티튜션’ 호. 주인공은 중년의 멋쟁이 신사 니키(그랜트)와 중년의 빨강머리 여가수 테리(카). 니키는 아마추어 화가로 미남에 세련된 매너로 백만장자 상속녀 로이스의 약혼, 유명인사가 된 백수다. 재색과 품위를 겸비한 니키는 클럽 가수로 부자 사업가 켄의 약혼녀.

여객선의 승객인 둘은 니키의 담뱃갑이 인연이 돼 서로 사귀게 되면서 서서히 시랑에 빠져든다. 둘의 관계가 다른 승객들의 가십거리가 되면서 이 때문에 둘은 눈길과 마음으로만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이런 관계는 두 사람이 남불 해안에 사는 니키의 이모를 방문하면서 적극적인 것으로 변한다.


니키와 테리는 배가 뉴욕에 도착하기 직전 그날로부터 딱 6개월 후 하오 5시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 때까지도 서로가 상대를 못 잊는다면 그 것이야 말로 진실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약속의 날 빌딩으로 달려가던 테리는 교통사고로 쓰러지고 니키는 천둥번개가 치는 중에 빌딩 꼭대기에서 테리를 자정까지 기다리다 돌아선다.

하반신 불구가 된 테리는 니키에게 부담이 될 것이 두려워 그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고 니키는 테리가 그리워 가슴을 앓는다. 그 해 크리스마스 전날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니키가 불쑥 테리 앞에 나타난다. 마지막 장면이 콧등을 시리게 만든다.

이 영화는 감독 리오 맥케리가 1939년에 만든 자신의 흑백영화 ‘러브 어페어’(Love Affair)를 리메이크 한 것이다. 원작에서는 샤를르 봐이에와 아이린 던이 주연하는데 이 작품 역시 주옥같은 로맨스 영화다. 이 영화는 다시 1994년 워렌 베이티와 그의 아내 아넷 베닝 주연의 ‘러브 어페어’로 리메이크 됐으나 타작이다. 이 영화는 베이티의 이모로 나온 캐서린 헵번의 유작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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