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911 콜 센터의 전 매니저가 자신의 직언을 고깝게 여긴 상사 때문에 사직했다며 제소할 뜻을 밝히고 자신의 건의가 받아들여졌더라면 긴급구조대가 출동하고도 심장마비 환자를 살리지 못해 논란이 됐던 사건(12월13일자 본보 보도)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콜 센터 경력 20여년의 브라이언 스미스는 작년 11월 시애틀 크라운 힐의 한 타운하우스에서 윌리엄 유렉(45)이 심방마비를 일으킨 후 13세 아들의 911 신고로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그 집 주소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진입하지 못해 결국 유렉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콜 센터 컴퓨터의 일부 집 주소에 긴급 출동하는 경찰관이나 구조요원들을 위해 집의 앞뒤 출입문 등 구조와 집주인의 정신건강 병력이나 경찰관 적대행위 등과 관련한 ‘주의 쪽지’가 첨부돼 있지만 집주인이 바뀌어도 쪽지가 철회되지 않기 일쑤라고 주장했다.

유렉은 2019년 문제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했지만 자기 집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줄 몰랐다. 신고 후 6분만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블랙리스트 컴퓨터의 주의 쪽지를 보고 매뉴얼에 따라 호위해줄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13분이 지나도록 경찰이 출동하지 않자 구조대원들은 그제야 집에 들어가 유렉에 인공호흡 등을 실시했지만 허사로 끝났다.

스미스는 이처럼 부정확한 블랙리스트 제도가 응급환자들을 구조하는 데 방해가 될뿐더러 소수계나 저소득층 주민일수록 이사 빈도가 잦기 때문에 피해를 당할 소지도 많다며 이를 시정하도록 상부에 건의했지만 오히려 정직, 강등, 타부서 전환 등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8월 사표를 제출한 후 9월 민사소송 절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식 명칭이 ‘커뮤니티 안전 커뮤니케이션 센터’인 콜 센터에 따르면 현재 컴퓨터에 올라 있는 28만2,000여 주소지 중 1,678개 주소지에 주의 쪽지가 첨부돼 있다. 구조대원들을 출동시키는 시애틀소방국 컴퓨터엔 21만1,735 주소지 중 3,151개에 주의표시가 붙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모두 건물의 접근요령에 관한 것일 뿐 집주인 등 개인과 관련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