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간선거는 신임투표의 성격이 강했지만 그 대상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요한 두 수치 사이의 불일치를 설명할 길이 없다. 취임 이후 동일 시점에 기록된 바이든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저치에 해당한다. 경제에 대한 대중의 견해 역시 비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은 중간선거에서 완패를 당하기 마련이다. 빌 클린턴은 1994년, 버락 오바마는 2012년, 도널드 트럼프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각각 무참한 패배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민주당은 2020년 중간선거에서 9/11 테러참사의 영향으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가장 선전한 집권 여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부정확한 출구조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낙태와 트럼프가 민주당의 선전을 이끈 두 가지 결정적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크림슨 스테이트인 몬태나를 비롯해 낙태 관련 주민발의안이 나온 5개 주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다. 텍사스 주지사인 론 디샌티스는 낙태금지법 시행 첫 15주간 시술을 계속 허용한다는 절충안을 내밀면서 이 문제와 관련한 여론의 심판을 피해갔다. 그런가하면 뉴욕처럼 주 차원에서 낙태권이 확실히 보장된 주에서만 경제와 범죄가 표의 향배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네이트 콘은 뉴욕타임스 데일리 팟캐스트를 통해 ‘선거 절도 중단’을 외치는 트럼프 추종 후보의 출마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과 낙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다시 트럼프로 돌아가자. 그가 추천한 일부 후보는 당선됐지만 대다수는 탈락했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열혈 지지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했다. 여러모로 보아 중간선거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결이었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수는 2018, 2020, 2022년보다 훨씬 많았다. 애틀랜틱지의 데이빗 프럼은 “트럼프가 공화당을 연패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그는 2016년 직접투표에서 밀렸고, 2018년 하원을 잃었다. 2020년 대통령선거 당시 유권자 직접투표 득표수에서 패했고, 2021년에는 상원을 내주었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여전히 그의 통제 아래에 남아있다.
공화당 비평가들과 지도부는 뭔가 잘못 알고 있다. 공화당은 독재주의자들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겁쟁이들로 가득 차있다. 겉으론 잔뜩 거드름을 피우고 거들먹거리며 거친 말을 쏟아내지만 실제로 당은 두려움에 찌들고 약점으로 얼룩진 상태다. 그들은 방 안에 들어앉은 거대한 몸집의 불한당에 어떻게 맞서야할지 몰라 애를 태운다.
2022년 1월6일에 발생한 사건을 곰곰이 생각해보라. 그날, 두 명의 공화당 최고 당직자를 포함한 소속 의원 대다수가 민주주의에 가해진 사상초유의 테러를 똑똑히 목격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심지어 일부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사태를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화당 지지기반을 등에 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공화당 의원들은 황급히 꼬리를 감춘 채 (케빈 매카시처럼) 트럼프의 애완견이 되거나 (미치 매코널처럼) 의사당 난동사태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당의 활동주의자들이라든지 활성화된 지지기반과 결별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에도 공화당은 조셉 매카시에게 반대 목소리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배리 골드워터와 로널드 레이건이 자발적으로 존 버치 소사이어티에 거리를 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두 경우 모두 막판에 가서야 정치적 결별이 이뤄졌다. 당시에는 당내 서열이 지금보다 엄격했기 때문에 지도자가 결정을 내리기가 수월했다.
그럼에도 버치 추종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선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보수적 지식인 윌리엄 F. 버클리 주니어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버클리는 버치 추종자들을 향해 끈질긴 공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레이건과 같은 정치인들에게 방어벽을 쳐주었다. 오늘날 폭스 뉴스는 분노와 증오를 부채질하고 음모론을 퍼뜨리는 등 윌리엄이 했던 것과 정반대의 일을 한다. 버클리와 달리 폭스 뉴스는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자사의 영업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이번에는 과연 공화당 열기가 식을까? 2012년 선거 후 오바마는 공화당이 티 파티 등 당내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궤도를 바로잡을 몇 차례의 기회가 있었지만 공화당은 극단주의자자들과 그들을 추켜세우는 언론매체에 사로잡힌 채 자리를 지켰다. 폭스 뉴스가 케이블 뉴스의 최강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간판 프로그램의 시청자 수는 340만 명 정도로 1억7,000만 명을 헤아리는 전체 등록 유권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1억7,000만 명 가운데 공화당 등록 유권자, 혹은 공화당 쪽으로 기운 미국인들의 수는 전체의 절반을 약간 밑돈다. 다시 말해 극단적인 소수가 다수를 겁박해 침묵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공화당의 지도자들도 더러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미트 롬니와 리즈 체니다. 지금이야말로 당내 극단주의를 열병숙정하기 위해 이들이 나설 때이다. 공화당 열병은 떨어졌다. 그러나 당의 병을 치료해야할 의사들이 계속 겁쟁이 돌팔이처럼 행동한다면 환자의 병은 언제건 재발할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
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