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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단호한 선택

2022-11-02 (수)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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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한 92세 할머니에게 아나운서가 여러가지를 물었는데 그때마다 할머니는 재치있고 익살스럽게 대답했다. 아나운서가 ''할머니 금년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묻자 할머니는 ''응, 제조일자가 좀 오래 됐다오''했다. ''할머니,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 ''아이구, 이제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되어가네'' 아나운서가 ''할머니 혹시 주민등록증 가지고 계시면 한번 보여 주실 수 있으세요 ?'' 묻자 할머니는 "에구, 증은 무슨 ? 주민증을 어디다 뒀나 ? 통 기억이 안나. 대신 골다공증은 있는디 보여줘 ?"라고 익살스럽게 답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계셔요 ?'' ''에휴, 재 작년에 말이야 뒷산에 자러 간다고 가더니만 아직도 안 일어나는구먼 그려" ''할머니, 그럼 할아버지 어서 깨우세요'' ''아녀, 아녀 나도 인자 빨리 자러 가야제. 그 영감, 내가 70년 넘게 데리고 살아 봤는디 너무 오래 혼자두면 틀림없이 바람나" 했다. 홀로 되었으면서도 산같이 물같이 바다같이 현실에 적응하며 쾌활하게 살아가는 할머니의 삶이 무척 아름답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옛말에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 했고,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미움을 사랑으로 되돌려 보낼 줄 아는 도량이 넉넉한 사람이 되라 했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야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부패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지날수록 발효되는 인간도 있다. 우리는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헌데 자신을 썩게 만드는 일도 본인의 선택과 의지에 달렸고, 자신을 잘 익게 만드는 일도 본인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있다. 용감한 사람이 되는 것도, 큰 사람이 되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위의 할머니는 홀로됨 중에도 쾌활함과 넉넉함을 선택했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했다.

인생은 선택의 과정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택하고 먹는 음식과 반찬을 선택하고 입을 의복을 선택한다. 사람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도 선택한다. 어떤 모습의 얼굴일지를 선택하고 목소리의 강약과 높낮이를 선택한다. 자동차 운전시 속도를 선택하고 방향도 선택한다. 어떤 사람은 주행시 고속도로를 고집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한적한 작은 길을 택하기도 한다.


선택의 영어는 Choice로 C문자로 시작된다. C는 B와 D사이에 있다. B로 시작되는 단어중에 출생을 뜻하는 Birth가 있고 D로 시작되는 단어 중에 죽음을 뜻하는 Death가 있다. 즉 출생과 죽음 사이에는 선택이 놓여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인생과 삶의 행로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기쁨을 선택하면 상황이 힘겹고 열악해도 마음은 기쁠 것이지만 반대로 슬픔을 택하면 외부 여건에 상관없이 인생은 늘 어둡고 우울하다. 삶을 선택하면 어떤 곤경중에도 살수 있지만 죽음을 택하면 모든 삶이 죽음이고 지옥이 된다.

하나님은 선택하시는 존재이시다. 하나님은 우리가 당신을 찾기 전에 먼저 우리를 찾으시고 당신의 자녀, 백성으로 택하셨다. 우리들을 주의 일꾼으로 택해 부르시고 사명주시고 이를 감당할 재능과 지혜를 주셨다. 주님은 누군가의 강요및 피치못할 사정으로 우리를 택하시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우리를 택하신다.

우리도 스스로의 의지로 주님을 선택한다. 믿음은 주님이 우리를 선택하셨을 때 긍정적으로 이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성도들은 하나님과 세상중 하나님을 택한 자들이다. 생명에 이르는 좁은 길과 죽음에 이르는 넓은 길 사이에서 좁은 길을 선택한 자들이다. 우리들의 선택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한 가치를 지닌다. 우리들은 끝까지 우리들의 선택을 단호히 고수하고 유지해야 한다. 영적 문제일수록 흔들림없이 선택한 것들을 꼭 지켜야 한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누구를 택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라 했다. “너희 섬길 자를 오늘날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수24:15)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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