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이태원 참사와 정쟁

2022-11-02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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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해외 순방중 뉴욕에서 글로벌 펀드 재정기업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이후 행사장을 나오면서 내뱉은 한마디가 한국 정치판을 한때 혼란속에 빠뜨렸다. 문제의 비속어를 MBC 영상기자단이 찍어 보도함으로써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비속어를 야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한 말이다, 대통령실은 한국 국회를 향해 던진 말이라고 해명하고 나와 실제로 누구를 향해 던진 말인지 불확실성으로 논란이 한동안 가열됐었다.

야당은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격하고 국민의 힘은 야당이 한미동맹에 이간질을 하고 있다며 모든 법적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총공세를 폈다.
양당간의 이런 다툼은 정권이 새로 출범한 이래 하루도 쉴 새 없이 계속되고 있다.


건건마다 야당은 무조건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여당은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첫 국감에서도 야당은 거의 상대당 흠집 내기, 물어뜯기식 공격에 열을 올렸다.

국감장은 윤 대통령의 외교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파문, 외교 참사 논란,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한미일 군사훈련 등을 놓고 줄곧 막말과 고성이 오가면서 정작 필요한 민생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감사가 끝날 때까지 국감장은 ‘네 탓’ 공방으로 난타전이 되었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인 다툼을 할 것인지 출구가 안 보인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조선은 무능한 왕에, 눈만 뜨면 다툼만 하던 신하들이 나라를 멸망직전까지 몰아넣었다. 외침의 조짐 속에서도 당파싸움으로 조정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왜군이 수도 한양을 점거하기까지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당시 조정에서는 싸움만 하느라 나라를 지킬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왕은 도성을 탈출했고 백성은 궁에 불을 질렀다. 피신한 왕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명나라에 망명을 구걸하고 나오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임진왜란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선조와 신하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는 이순신을 모함해 삭탈관직하고 많은 의병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조선은 이렇게 기가 막히고 한심한 나라였다. 구한말도 끊이지 않는 당파싸움으로 나라는 끝내 망국으로 이어졌다.

지금 북한은 윤 정부 들어 틈만 나면 남한을 향해 보란 듯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금방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상황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정쟁만 계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주말 서울 한복판인 이태원에서 할 로윈 파티를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인 가운데 압사 사고가 발생, 나라가 온통 난리법석이 되었다. 경사가 진 좁은 골목길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든 인파속에 발생한 참변으로 현장은 졸지에 아비규환이 되면서 사망자 156명, 부상자 195명이 속출했다. 이번 참사로 온 국민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비통함에 빠져 있다.

수많은 사상자에다 희생자 대부분이 10대에서 20대 30대에 이르는 젊은이들이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이들의 참변을 보면서 지난 2014년도 수학여행차 떠났다 바다에 수장된 약300명의 어린 학생들 떼죽음이 뇌리를 스친다. 이 사고로 대한민국에는 얼마나 큰 변고가 생겼는가.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라 전체가 뒤흔들리다시피 시끄러웠다.

지금 여야 정치인은 모두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이다. 여야는 모두 하나 되어 이런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정확한 원인 규명과 안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자칫 정쟁으로 흘러 나라가 시끄럽고 흔들리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가엾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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