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화풀이

2022-11-01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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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안내는 사람은 없다. 화는 한자로는 불 화(火)를 쓰는데 불화 같이 급하고 심하고 번지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화낸다는 말 대신 성낸다는 표현도 있다. 성미를 발동한다는 뜻이다. 전쟁은 집단적인 화이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있고 욕심을 화로 가장하는 갈등도 있다. 회사간의 갈등은 주로 욕심 때문이다. 화풀이를 한다고 하면 내 자신의 화에 못이겨서 남에게 화를 내는 것을 말한다.

핫김에 서방질한다는 나쁜 말도 있다. 화를 다른 곳에 연소키는 행동은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특히 화에 조심하여야 한다. 사업 관계로 말다툼을 하다가 쓰러진 사람의 예도 내가 알고 있다.


쇼 사회자 도나휴 씨는 여성 관중의 박수를 받는 비결을 안다고 말하였다. 여성들이 흔히 화를 내는 문제를 건드리면 여성들의 박수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남가주 대학 심리학 교수 바바라 스타 박사는 화의 조종법을 이렇게 말한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선배나 스승 등과 의논하십시오. 누구든 객관적으로 당신의 문제를 들어 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화가 나있는 당신은 객관성을 잃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화의 온실에서 되도록 빨리 나와야 합니다. 화의 온실에 오래 있을수록 화는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화가 나면 텔레비전을 켜거나 컴퓨터를 열어 바둑을 둔다. 10분 뒤에는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끼게 된다. 화가 나면 낚시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든 기분 전환을 해야 한다. 교회에 가서 앉아있으면 좋지만 대개 교회가 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화가 나면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수천 명의 흑인 군중을 이끌고 시위행렬을 하였는데 “우리는 흑인들만의 화풀이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차별을 받는 모든 미국 시민들을 대표한 시위이다”고 선언하였다.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아프리카로 떠나며 “나는 아프리카 흑인들의 화를 조금이라도 잔잔케 하기 위하여 떠난다”고 하였다.

위인들이란 화풀이를 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대를 잇는 군사 정권에 화를 폭발시킨 것이 한국의 4.19 학생혁명이다. 화의 결과는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다.

공산주의자들의 팽창 방법이 바로 집단적인 화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자본주의에 대한 민족적인 화를 부추긴 것이 무척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세력 팽창을 위한 욕망일 뿐 진전한 사회주의는 아니고 야욕 있는 몇 지도자들이 이끈 전체주의에 불과하였다.

한국에는 옛날부터 홧병이라는 것이 있었다. 주로 여자가 갖는 병이다. 한국 여자는 거의 노예와 같았다. 아들보다 서너 살 위의 여자를 며느리로 맞는다. 일을 시키기 위해서이다. 부엌일 청소 빨래 남편 시중 등 엄청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육아까지 책임을 진다.


그러면서도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산 것이 한국의 여자들이다. 한국의 가장 시급한 해방은 여성 해방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여자들이 시집도 안가려 한다. 소련 여자, 동남아 여러 나라의 여자들이 한국에 몰려온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일본 속담에 우물가 회의란 말이 있다. 동네 여자들이 빨래를 위하여 우물가에 모였다. 그러면 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여자로서의 서러움을 서로 토로하는 기회였겠지. 시어머니 욕, 시누이 욕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나의 할머니는 새벽마다 장독대에 정화수(새벽 일찍 떠오는 물)를 놓고 기도를 드렸다.

“무슨 기도를 드리십니까? ”하고 물으면 “신령님께 기도를 드린다” 고만 말씀하시고 기도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아마도 며느리를 괴롭히는 자들을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는지도 모른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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