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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다보면 영감 떠올라”

2022-10-07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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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유명 재즈 베이시스트 카일 이스트우드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다보면 영감 떠올라”

유명 재즈 베이시스트 카일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92)의 아들 카일 이스트우드(54)는 유명한 재즈 베이시스트로 아버지의 영화 음악도 작곡하고 편곡한 음악가다. 그가 작곡하고 편곡한 아버지의 영화들은‘그랜 토리노’,‘인빅투스’,‘이오 지마에서 온 편지’ 및‘미스틱 리버’와‘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 10여 편에 이른다. 13세 때 아버지가 주연한‘홍키통크 맨’에서 아버지와 공연한 카일은 재즈 애호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영화 와 음악 속에서 자랐다. 카일이 배우요 감독이자 음악가인 아버지의 생애를 기리기 위한 음악회가 오는 10월 19일 프랑스의 리용에서 열리는 뤼미에르 영화제 기간 동안 열린다.‘이스트우드 심포닉’이라는 제하의 음악회는 카일의 5중주단과 리용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진행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첫 히트작‘황야의 무법자’(1964)에서부터‘인빅투스’(2009)에 이르기 까지 모두 12편 영화의 음악들이 영화 장면과 함께 연주될 예정이다. 연주회에 앞서 카일을 영상 인터뷰 했다. LA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해안 도시 산타 바바라의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응한 카일은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차분하고 겸손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다보면 영감 떠올라”

카일이 음악을 작곡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 토리노’의 한 장면.


-아버지로부터 음악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나의 부모는 모두 빅 밴드 음악의 팬으로 특히 재즈의 열렬한 팬이다. 그래서 집에는 늘 음악이 가득했고 또 항상 레코드를 틀어놓곤 했다. 아버지는 피아노를 쳤기 때문에 내가 본격적인 연주 수업을 받기 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게 피아노 연주를 가르쳐 주었다. 어머니도 역시 피아노를 좀 칠 줄 알아 내가 자랄 때에는 영화 외에도 음악은 우리 가족의 매우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당신이 영향을 받은 재즈 음악가는 누구인지.


“굉장히 많다. 아트 블레이키, 존 콜트레인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 등 이름을 말하자면 한이 없다. 나는 어려서 부모님이 좋아한 빅 밴드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카운티 베이시와 듀크 엘링턴 및 스탠 켄튼 등의 음악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스탠 게츠와 체트 베이커 등의 음악도 내게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듣고 영향을 받은 재즈 음악가들이다.”

-작곡의 영감은 어떻게 떠오르는가.

“어떤 때는 아주 쉽고 빠르게 노래 전곡이나 한 부분이 그냥 떠오르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피아노 앞에 앉아 영감을 얻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마감 시한이 있는 노래나 곡을 작곡할 때는 그에 대한 영감을 얻고 창조적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다보면 영감이 떠오르게 된다.”

-리용 연주회에서 음악을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를 어떻게 얘기하고자 하는가.

“연주될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화와 함께 음악이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는 영화의 것들로 골랐다. 그리고 나의 재즈 5중주단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호흡을 맞춰 연주하기 좋은 것들도 있다. 우리 5중주단은 과거 아버지의 영화 음악이 아닌 다른 영화음악들을 음반으로 취입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아버지의 영화음악만을 연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주될 아버지 영화의 작곡가들은 엔니오 모리코네와 존 윌리엄스 그리고 랄로 쉬플린 및 나의 아버지와 나 자신 등이다. 재미있고 도전적이 될 연주회로 기대가 크다.”

-영화나 TV작품 음악을 작곡하는 것과 재즈음악을 작곡하는 것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영화나 TV작품 음악을 작곡하는 것과 나 자신의 재즈 앨범을 작곡하는 과정은 서로 매우 다르다. 둘은 완전히 다른 도전적인 작업이다. 스크린에 이미 묘사된 장면을 돕는 일을 하는 영화나 TV작품 음악을 작곡하는 데는 음악이 대사를 방해해서는 안 되는 것 등 여러 제한적 규칙이 따르지만 나 자신의 재즈 음악을 작곡할 때는 보다 많은 자유가 주어진다고 하겠다.”


-언제 처음으로 아버지가 빅 스타인 것을 깨달았는지.

“TV로 영화들이 방영될 때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내게 ‘나 너의 아버지 영화에서 봤다’라고 말할 때였다. 그 때 처음으로 아버지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나는 자라면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나오는 영화의 세트에서 아버지가 일하는 것을 보면서 내 아버지가 대부분의 다른 아버지들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본 영화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라도 있는가.

“나는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알맞지 않은 영화들 까지도 아버지와 함께 많이 봤다. 그래서 기억할 것들도 많지만 특히 내가 아버지와 함께 본 영화들 중 마지막으로 극도의 두려움에 떨었던 것은 첫 번째 ‘에일리언’이었다. 아버지가 ‘오, 새 공상과학영화가 나왔구나’고 하기에 난 ‘스타 워즈’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 LA의 극장에서 70mm 화면으로 그 영화를 보면서 겁이 나 혼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아버지 옆에 앉아 겁을 냈던 것이 내가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공포의 순간이다.”

-아버지가 9순의 나이에도 아직까지 일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단한 일이다. 자기가 하는 일을 그렇게 사랑하면서 여전히 계속해 앞으로 나아가면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일이다.나도 아버지의 나이 아니 그 것에 가까이 가서나마 계속해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버지가 계속해 일 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아버지는 영화를 사랑하고 또 영화를 위해 살고 있다.”

-당신에게 영감을 준 영화음악은 무엇인가.

“난 영화를 보면서 자라 어려서부터 영화음악이 내 귓전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내가 크게 감동을 받은 것으로 항상 기억되는 것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의 음악이다. 이 음악은 영화에서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영화의 재즈 음악들 중에서는 들으면 오한을 느끼게 하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이다. 나는 지금도 이 음악을 듣는데 그가 부르는 트럼펫의 떠는 듯한 소리를 들으면 추위를 느끼곤 한다. 참으로 대단한 음악이다. 음악은 영화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사람들이 깨닫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스튜디오에서 작곡하는 일이 즐거운지.

“내게 있어 가장 재미있고 또 음악의 마법을 즐길 수 있는 때는 밖으로 나가 생으로 음악을 연주할 때다.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그 것은 컴퓨터 앞에 앉아 많은 편집을 해야 하는 작업이다. 여하튼 내게 있어 가장 즐거운 때는 밖으로 나가 음악인들과 함께 청중을 위해 연주하는 때이다. 그래서 앞으로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아버지와 함께 영화음악을 작곡할 때 유명 인사인 그의 그림자를 느끼는가.

“아버지의 그림자는 매우 큰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것에 대해 너무 염려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음악에 집중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음악을 작곡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내 음악이 독립적으로 존재해 그 것의 장단점에 의해 사람들의 판단을 받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을 언제나 즐기고 있다. 나는 영화음악을 작곡하지 않을 때는 내 자신의 밴드와 함께 연주하거나 또는 다른 음악인들과 같이 연주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많은 연주를 유럽에서 하고 있다.”

-요즘 음악들은 멜로디를 잃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게 있어 멜로디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 것은 재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나 강렬한 멜로디를 지닌 음악을 작곡하려고 노력해왔다. 음악은 즉흥적인 공간을 많이 지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으면 금방 이끌릴 수 있는 멜로디가 있어야한다. 따라서 그 것은 늘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이 되어 왔다. 나는 음악이 분위기를 잡거나 음향효과를 내는 것 이상의 작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음악이 하모니와 멜로디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유럽 사람들과 미국 사람들이 재즈를 받아들이는 취향이 다르다고 보는지.

“그렇다. 그 것이 내가 유럽에 이끌리는 강한 이유다. 나는 뉴욕에 살 때 1년에 한두 차례 유럽에 가서 연주를 하다가 그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 보다 영구적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유럽 특히 프랑스는 재즈에 대한 열기가 매우 강하다. 최고의 재즈 축제들 가운데 몇은 유럽에서 열린다. 유럽은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널리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의 집을 방문해서 보면 그 집 사람이 북아프리카와 인도 및 남미음악을 비롯해 팝과 재즈와 클래식 등 다양한 음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의 음악에 대한 기호는 미국보다 다소 폭이 넓다고 하겠다.”

-아버지의 영화 중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인 서부영화 ‘무법자 조지 웨일즈’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의 연기 중 최고로 잘한 ‘언포기븐’도 훌륭한 영화다. 그리고 ‘그랜 토리노’도 좋아한다. 잘 만든 영화로 나는 그 영화의 음악을 작곡한 것이 매우 행복하다. 음악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일을 한 작품이다. 그 밖에도 많지만 일일이 열거하질 않겠다.”

-배우가 되길 원하기라도 했는가.

“어릴 때 연기를 조금 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감독이 되려고 했다. 그래서 남가주대학(USC)에서 영화를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1년 후 점점 더 음악에 이끌려 열심히 악기 연주를 연마했고 이어 LA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나를 영화로부터 빼앗아간 셈이다. 그러니까 감독이든지 또는 음악가든지 둘 중 하나를 놓고 선택해야 했는데 음악의 힘이 더 강했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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