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에게 배우다
2022-09-24 (토)
이보람 수필가
미국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Meet our new owner’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클릭하여 열어보니 이제 지구가 우리 회사의 유일한 주주라고 적혀 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전말은 이러했다.
1세대 암벽등반가 출신의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르가 회사의 소유권을 비영리 환경 단체에 기부한 것이다. 지분 가치는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권과 더불어 회사의 매년 수익 전액도 전부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될 것이라 밝혔다.
파타고니아는 소위 말하는 ‘착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익 창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여타 기업들과는 다르다. 매년 매출의 1%는 풀뿌리 환경단체에 기부해왔다.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의류 소비를 지양하는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카피 문구를 사용하고 새로운 옷을 사기보다 중고 의류를 사거나 수선해 입으라고 권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도 파타고니아의 재킷과 티셔츠를 여러 벌 갖고 있는데 질도 좋고 디자인도 예뻐 오래 입고 있다. 첫째 딸에게 사준 파타고니아 옷도 깨끗하게 입어 둘째 아이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난 사업가가 되거나, 회사를 운영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나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 회사는 계속 올바른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올바른 일을 한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이상적인 해결책이었다.”라고 밝혔다. 가난하게 태어난 그가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를 기부하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기부 방식도 꼼수 부리지 않고 화끈했다. 세금을 줄여 보고자 기부를 택하는 여타 기업인들과는 달랐다. 이번 기부로 1750만 달러의 세금 폭탄을 맞았지만 회피하지 않고 납부했다.
핸드폰도 컴퓨터도 없다는 그는 남은 생을 자연과 더불어 손때 묻은 자가용을 몰고 등산을 하며 지낼 것이라고 한다. 억만장자인 그가 자연을 위해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는데 나는 어떠한가? 육아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고 불필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소비하고 소유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값비싼 가방이나 보석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보다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작은 습관들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뉴욕타임스의 카메라 앞에 선 그의 얼굴엔 깊은 주름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다. 낡은 셔츠에 오래 입어 물 빠진 청바지 차림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기품 있고 멋진 모습이었다. 편안한 얼굴을 하고 웃어 보이던 그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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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