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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애니메이션 그리며 새 방법을 터득, 시각효과에 매진”

2022-09-23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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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탄 폴 J. 프랭클린 감독

“컴퓨터로 애니메이션 그리며 새 방법을 터득, 시각효과에 매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탄 폴 J. 프랭클린 감독

“컴퓨터로 애니메이션 그리며 새 방법을 터득, 시각효과에 매진”

‘화이어워크스’의 한 장면.


둘 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탄‘인셉션’과‘인터스텔라’의 시각효과를 만든 폴 J. 프랭클린(56)을 영상 인터뷰했다. 이 두 영화는 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했는데 프랭클린은 역시 놀란이 연출한 배트맨 영화‘다크 나이트’와 이 영화의 2편의 속편의 시각효과도 만들었다. 프랭클린은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의 시각효과 제작사인 더블 네가티브 비주얼 이펙트의 공동 창립자로 이 회사는 지금까지 총 30여 편의 영화의 시각효과를 제작했다. 프랭클린은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단편영화‘이스케이프’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최근에 리비아의 트리폴리에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은신처를 포착해 폭격명령을 내리기 직전의 영국 정보부 MI-6의 작전실 내 긴장감 감도는 분위기를 그린 단편영화 ‘화이어워크스’(Fireworks)를 만들었다. 런던에서 인터뷰에 응한 프랭클린은 큰 미소에 활발한 제스처를 써가며 침착하고 조리 있게 질문에 대답했다.

-당신은 2편의 단편영화를 감독했는데 단편영화를 만드는 것이 장편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단편영화를 만들려면 우선 각본에 군더더기가 없도록 무자비하게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야 한다. 나와 제작자와 각본가는 모두 단편영화는 상영시간이 15분 미만이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그래서 단편영화의 각본은 이야기의 정수로만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은 야야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화이어워크스’를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분위기를 느끼도록 조성하려고 했다. ‘화이어워크스’의 이야기가 화면 안에서 진행되는 시간을 실제 상영시간과 같게 만들어 이 같은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15분 안에 각본의 내용을 모두 충실히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했다.”


-무엇에서 영감을 받아 시각효과 제작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자라면서‘스타 워즈’와 스필버그의‘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를 보면서 시각효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1970년대 영국에서 자라면서 TV로 본 ‘닥터 후’로부터 그 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닥터 후’의 시각효과는 할리우드영화들과는 달리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 정도면 나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시각효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80년대 말에 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컴퓨터로 애니메이션 그림을 그리면서 부터였다. 그로 인해 영화와 TV를 위한 시각효과를 만드는 새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그 후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화이어워크스’를 장편이 아닌 단편영화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지 않아도 2017년에 ‘이스케이프’(The Escape)로 본격적으로 감독 일을 시작한 후 장편영화를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화이어워크스’의 내용과 비슷한 장편영화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화이어워크스’의 각본을 쓴 스티브 랠리가 내게 전화를 걸어 ‘내가 단편영화의 각본을 썼는데 당신이 감독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의를 했다. 그래서 그로부터 각본을 받아 읽자니 내용이 너무 생생하게 써져 각본대로 단편영화로 만들어 이야기를 함축성 있으면서도 사실적으로 만들어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그로부터 배운 점은 무엇인지.

“감독마다 영화 만드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10년간 크리스의 5편의 영화의 시각효과를 제작하면서 세트의 그로부터 배운 점은 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준비가 완벽하다는 것이었다. 항상 모든 것에 대해 준비가 철저해 첫 번째 계획이 잘 안되면 둘째 셋째 넷째 계획이 마련돼 있었다. 자기 작품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자기 영화의 각본도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엄청나게 복잡한 장면을 찍을 때도 결코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와 함께 그는 배우들에게 여유와 공간을 마련해주는데 능한 사람이기도 하다. 제작비 2억 달러짜리 영화를 찍는 세트는 마치 전장과도 같아 배우들은 이런 여유와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하나 그로부터 배운 점은 지나치게 모니터에만 매어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요즘 세트는 거의 전부가 디지털로 돼 있어 모니터만 들여다보면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기가 쉽다. 모니터로부터 눈을 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배우들이 아니라 세트에서 실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배우들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원래 ‘화이어워크스’는 시리즈의 첫 편으로 우리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준비 중인 영화는 장편인 ‘시스템’(The System)이다. 중미가 무대인 정치 스릴러로 요즘 세계와 시의에도 잘 어울리는 내용이다. ‘화이어워크스’처럼 가상 제작공정을 십분 활용해 사실감을 한껏 살리려고 한다.”

-당신은 여러 편 영화의 시각효과 자문 역할도 했는데 이 일과 당신이 직접 제작하는 시각효과 총책임자의 역할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시각효과 지문 일을 한 내 친구의 말처럼 그 일이란 ‘심각한 예술적 업무라기 보다 그저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라고 하겠다. 자문역이란 말 그대로 시각효과를 창출해내는 최고의 기술적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는 것이다. 제작 후반 과정에 참여해 다른 팀이 제작한 시각효과가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조언해 주는 일을 한다. 이와 반면에 시각효과 총책임자는 영화 제작 전부터 제작에 직접 참여해 감독과 함께 각본을 연구하면서 시각효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더블 네가티브는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우리가 더블 네가티브를 창립한 것은 지난 1998년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입체 애니메이션 부를 만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 컴퓨터 특수효과(CGI) 애니메이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과거에 TV와 TV의 광고용 CGI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그보다 더 전에는 비디오게임의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초기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들을 만들었다. 더블 네가티브는 초기에는 소규모의 회사였다. 25명 정도의 사원이 있었는데 우리가 시각효과를 제작한 첫 영화가 빈 디즐을 세계에 알린 공상과학 스릴러 ‘피치 블랙’이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팬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는 발전했고 점점 더 복잡한 업무들을 처리하게 됐다. 내가 본격적으로 시각효과 총책임자가 된 것은 2003년이다. 그리고 그 후로 회사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10여 개 국에 지사를 두고 8,500명의 사원을 둔 대기업으로 발전했다. 현재 우리 회사는 동시에 20-30편의 영화의 시각효과를 제작하고 있다. 그 동안 극장용 영화만 위해 작업을 해오다가 6년 전에 TV담당부서를 만들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리즈 ‘스트레인저 싱즈’의 시각효과도 우리가 만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장편 애니메이션 전문 부서도 설립했다.”

-더블 네가티브의 다음 영화들은 어떤 것들인가.

“애플 TV의 쇼인 ‘매스터즈 오즈 디 에어’로 2차 대전 때 영국에서 출격한 미폭격기 병사들의 이야기다. 가상 제작 기술을 최대한으로 많이 동원한 작품이다. 이와 함께 디즈니+의 작품인 ‘목자’(The Shepherd)의 시각효과도 제작하고 있다.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소설이 원작으로 1950년대 말 크리스마스 때 고국으로 돌아오다 북해상공에서 방향을 잃은 영국공군 조종사가 정체불명의 비행기에 의해 구조되는 이야기다. 최고의 디지털 시각효과 기술을 동원해 만들고 있다. 디지털을 쓰면서도 현실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실제 세트도 만들고 전통적 카메라도 사용하고 있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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