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화를 바탕으로 여 전사들의 액션과 오락성 강한 영화

2022-09-16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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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무가 힘차고 아름다운 전투장면,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스릴을 가미

실화를 바탕으로 여 전사들의 액션과 오락성 강한 영화

나니스타장군(맨 앞)이 칼을 휘두르며 부하들을 이끌고 적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19세기 초 서아프리카의 다호메이라는 이름의 나라를 위해 싸우는 여 전사들의 액션을 드라마틱하게 엮은 오락성 강한 영화로 전설과 신화와도 같은 얘기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오스카상을 탄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참담한 과거를 지닌 위풍당당한 여 장군으로 나와 부하들을 이끌고 칼을 휘두르면서 적군과 싸우는 모습이 볼만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볼 영화로 ‘자랑스러운 아프리카’를 외치고 있다.

볼만한 것은 여 전사들이 자신들이 속한 부대 아고지에의 사명을 찬양하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과 대규모의 전투 장면. 노래하면서 춤추는 안무가 힘차고 아름다운데 전투장면 역시 스릴 있고 박진하다.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영화로 액션에 감정적인 면을 고루 섞어 이야기 흐름의 강약을 조절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다소 경직된 감이 있긴 하지만 대중성을 지닌 대하 액션 드라마다.

1823년. 주인공은 막 다호메이 국의 왕위에 오른 게조(존 보이에가)의 자문관이자 나라를 지키는 여 전사들의 부대 아고지에의 대장인 나니스카 장군(데이비스). 왕이 나니스카의 말을 잘 들어 나니스카는 왕비의 질시를 받는다. 여 전사들은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아고지에에 새로 들어온 전사 후보가 고아로 입양돼 자란 나위(투소 엠베두). 나위는 시집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안 들어 아버지가 아고지에에 갖다 버리다 시피 한 것.


고집불통에 의지가 강철 같은 나위는 본격적인 전사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으면서도 상관의 명령을 어기고 대들며 자기주장을 버리지 않아 나니스카의 질책을 받는다. 이런 나위를 자기 동생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나위의 직속상관 이조기에(라샤나 린치). 나위가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장면도 멋있다. 나위는 각고 끝에 전투기술이 뛰어난 여전사가 된다. 영화는 어느 정도 나위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나니스카가 이끄는 아고지에 전사들의 적은 다호메이국의 라이벌인 오요 국. 오요 국의 막강한 부대의 지휘관은 오바(지미 오두코아). 오바는 부하들을 이끌고 다호메이로 쳐들어와 이 나라 사람들을 잡아다 노예로 브라질 노예장사꾼들에게 판다. 그런데 나니스카는 과거 오바에게 겁탈을 당해 아이까지 낳았으나 아이를 자기 부하에게 갖다 버리라고 지시한 바 있다. 따라서 나니스카는 오바에게 철천지한을 품고 복수의 기회만 노리고 있다. 여기서 고아 출신인 나위와 나니스카의 관계가 짐작이 가는데 이런 설정에는 다소 억지가 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 간의 감정적 연계가 이름답다.

아고지에의 또 다른 적은 브라질에서 온 노예 장사꾼들. 노예선의 선장의 친구인 말릭(조단 볼저)은 어머니가 다호메이 출신이어서 처음 이 나라를 찾아온 것인데 여기서 나위를 만나 둘 사이에 연정의 기운이 모락모락 일어나는데 이 설정도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어디까지나 여성 위주의 영화로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위엄 있고 우아하며 안팎으로 강력한 힘을 지닌 자세로 열연을 한다. 그리고 남아공 출신의 투소 엠베두도 총명하면서도 맹렬한 연기를 잘 한다. 이에 비해 보이에가와 오두코아의 역과 연기는 평면적이다. 지나 프린스-바이데우드 감독. PG-13.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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