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크로닉’의 한 장면. [시네룩스 제공]
국민 10명 중 8명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존엄사(의사 조력 자살)’를 합법화하기보다 간병비와 의료비 지원, 호스피스ㆍ완화 의료 확충 등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호스피스ㆍ완화의료학회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의사 조력 자살 및 호스피스·완화 의료 관련 인식을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7%가 ‘의사 조력 자살 법제화보다 말기 환자의 돌봄 환경과 호스피스·완화 의료 확충이 우선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가 존엄한 죽음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과제로는 간병비 지원 또는 간병 유급 휴직 제도 도입 등 간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2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말기 진단 후 의료비 본인 부담 경감 등을 포함한 경제적 지원(26.7%),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의 확충 및 지원(25.4%) 등의 순이었고,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는 13.6%에 그쳤다.
특히 간병비 및 의료비 지원, 호스피스·완화 의료 서비스 확충 및 지원을 정부와 국회의 정책 우선 순위로 꼽은 응답자는 80.7%로,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13.6%)’보다 6배 가까이 높았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 ‘안락사’ 또는 ‘의사 조력 자살’보다 생애 말기 돌봄을 위한 ‘호스피스·완화 의료’제도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찬성’이 58.3%(찬성하는 편 41.4%, 매우 찬성 16.9%)로 가장 많았다.
무응답 비율도 32.1%에 달했다. ‘반대’는 9.6%(매우 반대 2.7%, 반대하는 편 6.9%)에 그쳤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지원하는 체계에 대해 ‘부족하다’는 응답률이 61.1%(매우 부족 18.9%, 부족 42.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보통’(34.0%), ‘충분하다’(4.9%) 순이었다.
현재 말기 및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호스피스·완화 의료’제도를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모른다’는 답변이 60.0%(전혀 모른다 31.0%, 잘 모른다 29.1%)로 가장 많았다. ‘알고 있다’ 27.1%(약간 알고 있다 24.4%, 매우 잘 알고 있다 2.6%), ‘보통’(12.9%)이라는 답변이 뒤따랐다.
또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 의료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의사 조력 자살 법안은 환자 스스로 약물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의사가 진정제 투여, 연명 치료 중단 등을 통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 모두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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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