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발적인 에로티시즘 안에 연민과 동경이 넘치는 러브 스토리’

2022-09-02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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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영화로 아름다운 그리움과 열기·오한 함께 느끼는 사실적 작품

‘폭발적인 에로티시즘 안에 연민과 동경이 넘치는 러브 스토리’

소식이 끊긴 사라를 찾아 2.000마일을 달려온 다니엘이 사라의 거처를 찾아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다

‘사랑 찾아 2,000마일’이라는 제목이 어울릴 브라질 영화로 폭발적인 에로티시즘 안에 연민과 동경이 고즈넉하니 들앉은 러브 스토리다. 편견과 증오를 넘어 자신의 참 사랑의 정체를 깨닫는 한 남자의 감정과 내면의 변신을 천천히 연소시키며 엮어가다가 급기야 정열이 활화산의 분화구에서 솟구쳐 오르는 뜨거운 용암처럼 흘러내린다. 폭력적일만큼 격렬한 욕망 안에 휴면하고 있는 아름다운 그리움을 절묘하니 배합시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열기와 오한을 함께 느끼게 하는 다분히 감정적이면서도 또 한편 매우 사실적인 작품이다.

브라질 남부의 도시 쿠리티바의 경찰학교 훈련교관인 다니엘(안토니오 사보이아)은 훈련생에게 폭력을 휘둘러 무급 정직 조치를 받고 형사 기소될 처지. 다니엘은 폭력행사 끝에 오른 팔에 캐스트를 하고 있다. 영화는 첫 부분의 많은 시간을 다니엘의 인물과 성격 그리고 그의 가정환경 묘사에 할애하고 있다. 다니엘은 역시 경찰 출신으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극진히 돌보는데 여동생이 하나 있다. 동료 경찰의 도움으로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하는 다니엘의 유일한 기쁨은 온라인으로 만난 사라(페드로 화사나로)와 텍스팅하는 것. 과묵하고 무뚝뚝한 그가 사라의 텍스트를 보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가 소식을 끊자 다니엘은 법에 의해 처벌될지도 모를 자기 처지도 생각하지 않고 사라의 고향인 브라질 북부의 작은 마을 후아제이로를 향해 2,000마일을 달려간다. 다니엘은 마을에 도착, 사라의 사진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그를 찾아 헤맨다. 이 소문을 들은 사라의 친구의 도움으로 다니엘은 마침내 사라를 만난다. 그런데 사라는 로브슨이라는 이름의 남자.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새파랗게 젊은 사라는 낮에는 로브슨으로 시장에서 잡일을 하고 밤이 되면 짙은 화장과 가발에 드레스를 입고 클럽을 찾는다. 다니엘과 사라가 클럽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모습이 은근하면서도 한편으로 화끈하다. 그러나 다니엘이 마침내 사라가 남자라는 것을 알고 분노하고 절망하면서 사라가 크게 상처를 입는다.

다니엘의 사라에 대한 사랑은 마침내 그가 지녔던 이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증오마저 극복하고 뜨겁고 순수한 사랑으로 변화하는데 그러기에는 사라의 다니엘에 대한 사랑과 수용이 큰 작용을 한다. 그리고 이 사랑으로 다니엘의 동물적인 남성의 근성이 적나라하게 내장을 드러내면서 해부된다. 다니엘이 팔의 캐스트를 바위에 내려치면서 깨어버리는 장면은 그가 지녀온 편견과 폭력성과 증오를 깨어버리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다.

둘 다 사회에 의해 핍박받고 구속받는 다니엘과 사라의 관계가 동병상련이 되어 사랑으로 승화되어가는 과정을 알리 무리티바 감독(공동 각본)은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직조, 둘이 어떻게 해서든지 결합되기를 바라게 된다. 사보이아와 화사나로의 대조적인 연기가 출중하다. 강건한 남성적 체구에 무표정한 얼굴을 한 사보이아가 안으로 타오르는 열정을 억제하다가 돌연 그 열정을 폭력행사 하듯이 터뜨리는 연기를 카리스마 가득히 해낸다. 화사나로 역시 자신의 감정을 민감하면서도 뜨겁게 다루고 있는데 아주 자연스런 연기다. 둘의 화학작용이 아주 좋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통렬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영화로 감동의 잔상이 오래 남는 러브 스토리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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