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풍처럼 신선하고 상쾌한 로맨스 갱스터 영화

2022-08-1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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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처럼 신선하고 상쾌한 로맨스 갱스터 영화

아르튀르(왼쪽부터)와 오딜과 프란츠가 카페에서 매디슨 댄스를 추고 있다.

프랑스 영화계의 새 경향인 누벨 바그의 선구자 중의 한 사람인 거장 장-뤽 고다르의 1964년 작 흑백 영화로 미풍처럼 신선하고 상쾌한 갱스터 영화에 바치는 헌사이자 로맨스 영화다. 짤막한 대사와 겨울 파리 정경을 찍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촬영(라울 쿠타르) 그리고 경쾌한 음악(미셸 르그랑)이 있는 로맨틱하고 서정적이며 또 비극적인 코미디로 참으로 매력적이다.

프랑스 영화가 즐겨 다루는 ‘메나지 아 트롸’(남녀 3각 관계) 영화이자 미국의 싸구려 펄프 소설과 갱영화에 대한 시적 찬사이기도 한데 자기 영화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프란츠 카프카의 만남’이라고 일컬은 고다르가 직접 해설을 하고 있다.

절친한 친구인 아르튀르(클로드 브롸세르)와 프란츠(사미 프라이)는 둘 다 돈도 직업도 그리고 장래도 없는 백수건달들. 이들이 가진 것이라곤 아르튀르의 작은 컨버터블 하나로 둘은 서부영화 흉내를 내면서 장난을 치는 아이 같은 어른들이다.


어느 날 프란츠는 영어학원에서 꿈꾸는 듯한 눈이 커다란 오딜(안나 카리나-고다르의 부인이었다)을 만나 친해지면서 오딜을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프란츠는 오딜을 아르튀르에게 소개, 두 남자가 다 오딜을 좋아하는데 오딜은 아르튀르를 선택한다.

오딜은 두 남자에게 자기가 살고 있는 파리 교외의 이모 집에 정체가 수상한 대량의 현찰이 있는 것을 안다며 셋이 이를 털자고 제의한다. 여기에 아르튀르의 삼촌이 개입하면서 배신과 죽음이 잇따른다.

영화에서 멋진 장면은 세 사람이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추는 매디슨 댄스. 이 사뿐하고 멋진 댄스 장면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펄프 픽션’에서 잔 트라볼타와 우마 서마로 하여금 재연토록 했다. 그리고 타란티노의 영화사 이름도 이 영화의 프랑스 이름인 ‘Bande a part’의 영어명인 ’A Band Apart’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장면은 오딜 일행이 루브르 관람 세계 신기록을 남기겠다며 셋이 함께 미술관의 전시실을 관통해 질주하는 것. 해설이 9분 43초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해설자는 마지막에 오딜과 프란츠의 열대지방에서의 모험을 테크니칼러 속편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나 이 다짐은 공약이 되고 말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난해한 영화를 만드는 고다르의 청순하고 순진했던 시절의 고운 영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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