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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은 내 미래의 꿈… 내 삶으로 삼기로 결정”

2022-08-19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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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영화 ‘브루즈드’ 출연 발렌티나 셰브첸코 UFC 챔피언

“무술은 내 미래의 꿈… 내 삶으로 삼기로 결정”
발렌티나 셰브첸코(34)는 종합격투기(UFC) 여자 플라이급 챔피언답게 질문에 두 손 제스처를 써가면서 씩씩하게 대답했다. 셰브첸코는 자기 고국인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진 영상 인터뷰에서 만면에 미소를 지어가면서 악센트가 있는 굵은 음성으로 자신의 격투기 선수와 영화배우로서의 삶에 관해 상세히 말했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UFC 플라이급 제7차 챔피언 방어전에서 승리한 셰브첸코는 올 해 할리 베리가 감독으로 데뷔하고 종합격투기 선수로 주연도 한 영화‘브루즈드’(Bruised)에서 베리의 적수로 나왔다. 셰브첸코는 격투기 선수와 배우 외에도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무술은 내 미래의 꿈… 내 삶으로 삼기로 결정”

영화 ‘브루즈드’의 한 장면.


-발렌티나라는 아름다운 이름은 어떻게 얻었는가.

“내 증조할머니 이름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할머니는 참으로 상냥하고 훌륭한 여자였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딴 것은 내게 있어 큰 영광이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모와 조부모의 이름을 따 지어주는 전통이 있다.”

-할리 베리와 함께 일한 경험은 어땠는지.


“베리는 아주 멋진 사람이어서 함께 일하기가 참 좋았다. 그는 훌륭한 배우 일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마찬가지로 유능했다. 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고서도 사람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깨닫게 하는 감정을 지닌 사람이다. 그의 적수 역을 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대학에서 연기와 영화연출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학교 때 배운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연기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베리와 함께 일한 것은 대단한 경험으로 앞으로 내가 정열을 느끼는 영화에 보다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어떻게 해서 무술을 하게 되었는가.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무술을 시작했는데 그 것은 우리 집의 전통이었다. 내 언니 안토니아도 나보다 더 어려서부터 무술을 시작했다. 왜냐하면 평생 스포츠인인 어머니가 역시 무술 인으로 그가 우리에게 무술을 배우도록 시킨 것이다. 어머니는 현재 우리나라의 무아이 타이협회 회장이다. 난 무술을 원치 않았지만 어머니가 원했기 때문에 한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무술을 이해하게 되고 또 내 미래의 꿈을 둘 곳을 생각하면서 무술을 내 삶으로 삼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평생 무술을 해왔고 이제 나이가 34세가 되었는데도 강건한 신체를 지녔는데 느낌이 어떤지.

“아주 좋다. 내 철학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만 않는다면 한계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어떻게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 평생을 무술을 해온 내가 건강하게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난 사람의 한계란 무엇이며 또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고 싶다. 난 결코 ‘오케이, 이번에 내 경력을 끝내고 다른 것에 초점을 두고 싶다’라는 말을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키르기스스탄 사람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다. 특히 내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사람이고 어머니는 러시아 사람이어서 내가 매일같이 가장 원하는 것은 평화다. 평화가 모든 나라를 정복하기를 희망한다. 평화와 사랑과 존경만이 세상의 불화를 잠재워 줄 것이다.”


-경기 전에 어떻게 신체 단련을 하는지.

“경기에 대비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경기 몇 달 전부터 신체를 단단하게 유지하기 위해 훈련장에 가서 연습을 할 뿐만 아니라 훈련장을 떠나 평상적인 나날의 생활을 하면서도 연습을 한다. 그러다가 경기 날자가 확정되면 육체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이 든다. 이어서 경기 한 달 전부터는 매일 같이 자신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밀어 댄다. 그리고 경기 연습 상대와 훈련을 하면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렇게 매일같이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자신의 최고 수준을 갖추기 위해 훈련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당신은 무술 선수일 뿐 아니라 무용가요 사격선수이며 또 몇 개 국 어를 할 줄 아는데 이 밖에 또 다른 무엇을 하면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나는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이제 시작이어서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지금 조종할 줄 아는 모터보트 대신에 돛단배 조종을 배워 장거리 여행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지금 태국 어를 배우고 있는데 언젠가는 태국에서 얼마 동안을 살면서 그 말에 완전히 익숙해지고 싶다. 난 세상의 많은 흥미 있는 일들에 대해서 배우고 싶다. 몸이 건강한 한 세상 저기에 있는 많은 것들을 탐구하고 싶다. 여행을 하면서 방문국의 문화는 무엇이며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싶다. 무술, 훈련, 사격 그리고 무용 외에도 앞으로 다른 영화들에 나와 연기를 하고 싶다. 난 그저 삶을 즐기고 또 그 것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

-할리 베리와의 경기 장면을 위해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실제 경기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는 진짜로 연습 상대의 얼굴을 가격해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지만 영화를 위해서는 그럴 수가 없다. 그저 상대에게 상처를 안 입히면서 내 최선의 힘을 다 해 상대가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게 했을 뿐이다. 할리와의 격투를 위해서는 내 동작과 육체를 철저히 통제해야 했다. 자기 몸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것이야 말로 자신을 한 단계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이다. 할리와의 대결 장면을 위해서 때론 12시간 씩 연습을 했는데 매 장면을 위서 자신의 능력을 100% 쏟아 붓는다는 것은 정말로 피곤한 일이었다. 격투 장면을 찍고 나서 내 생애 가장 긴 5회전 경기였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리고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 찍는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무술인인 당신을 이해하고 또 당신의 삶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도 있는가.

“나와 삶을 같이하는 것은 내 언니다. 나의 삶을 이해하고 또 그런 삶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진짜로 힘든 일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함께 못할 사람이라면 찾아본들 뭐 하겠는가. 지금 내게 있어 가장 우선적인 것은 매년 있는 무술경기다. 현재로선 내 최선을 다 해 성공하기 위해 일종의 한계인 반려자를 찾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 오면 나와 함께 할 사람이 나타나 만사형통 하리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를 위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균형을 갖추고 육체의 건강도 함께 유지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완전히 무술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음식 조절의 통제를 안 받고 피자나 햄버거 같은 것을 먹을 때도 있는가.

“경기가 끝나고 나서 며칠이 그런 것들 먹기에 가장 좋은 날들이다. 경기 후 일주일 정도는 매일 먹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먹을 수가 있다. 그러나 일주일 후면 다시 체육관에 돌아가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격투는 여자가 할 일이 못 된다는 말이라도 들었는지.

“나는 어머니가 나를 우리나라의 최고 코치인 파벨 페도토프에게 맡겨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남자 선수들 뿐 아니라 여자국가대표팀의 코치이기도 해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어떤 곤란한 일을 당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남녀 모두가 서로를 존경했으며 함께 연습했는데 ‘여자가 도대체 이 게 무슨 짓이야’라고 하는 말을 들어보질 못했다. 따라서 난 내게 하락되지 않은 잘 못 된 곳에 처했다는 느낌을 가져보질 못했다. 내 팀과 가족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날 지원했다.”

-당신의 격투 상대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가능하나 좀처럼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상대와 인정사정없이 싸우면서 그들을 두들겨 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격투의 상대와 친구가 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서로 싸우지 않는 체중 급이 다른 선수들과는 함께 연습을 하면서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격투 액션영화 배우들은 누구인가.

“우선 브루스 리와 재키 챈이다. 그리고 장-클로드 반 담과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놀드 슈와제네거 및 미키 로크도 내게 영감을 불어 넣어준 배우들이다. 이들은 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게끔 한 사람들이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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