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에서 느끼는 아쉬움
2022-08-15 (월)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모교는 아니지만 가끔 GM대학에 온다. 짙푸른 캠퍼스 나무숲 사이로 흘러나오는 젊은이들의 웃음과 대화는 마술처럼 마음을 젊고 경쾌하게 만든다. 알록달록 예쁜 꽃으로 수놓은 정원에선 나의 학창시절이 오버랩되어 향긋하고 싱그러운 꽃향기가 추억을 타고 온 몸에 감겨든다. 대학 캠퍼스는 여전히 신선하고 학구열을 불러일으킨다. 단지 교정에 배달 로봇이 왔다갔다하고 파킹랏이나 빌딩 입구에 설치된 머신에 학생들이 카드를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파킹요금을 크레딧 카드로 결제할 때도 파킹머신은 가끔 학생이 아닌 나를 알아보고 걸러내는데, 문제는 담당하는 사람이 없어서 문 앞에 갇혀서 당황하는 점이다. 기계가 모든 걸 움직이는 편한 세상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학 다닐 때 우리는 무척 걸었다. 교내버스가 없고 자기 차가 없으니 학교 앞 식당이나 커피숍, 상점 등은 의례 걸어야 했고 버스통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시절이다.
세상은 점점 무인시대로 되어간다.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의 발달은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무인기계로 인해 편리함이 많지만 기계가 대치되면서 사람의 역할은 자꾸 줄어든다. 개스 스테이션에서 혼자서 신용카드로 스캔하고 개스 넣는 건 일상화되었다. 디지털화 된 수퍼마켓에서는 파킹할 필요도 없이 차를 타고 돌면서 포장되어 진열된 식품을 보고 버튼으로 누르며 바구니에 담아서 돌아가는 컨베이어에 순서대로 놓고 자동계산대를 거치고 나오면 된다.
무인 자동차의 자율운행은 물론 무인 배가 자율항해를 하면서 세계를 누비게 되고 스마트기술 을 접목시킨 항공기술로 무인 항공기가 개발되고 있고 무인 드론으로 적진에 폭탄을 공수하는 시대이다. 무인 런더리 등 상점들이 주인과 손님이 접할 필요없이 운영되고 플라스틱 카드 하나로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백화점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픽업하고 배달되는 시대라 진열대는 점점 초라해 간다. 수없이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 가끔 입어보고 신어보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점원이 사이즈에 맞게 물건을 꺼내주고 진열하며 성의껏 돕고자했던 친절한 서비스에 괜히 필요 없는 물건을 사오기도 했지만 그 시대의 트렌드를 알아가는 기쁨도 있었다.
무인기계 앞에 서면 외로움, 공허감이 생긴다. 사람은 외로운 존재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사람내음이 나야 한다. 이해관계나 의견충돌로 가끔은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 양보하고 돕고 의지하며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닿고 싶어하고 누군가와 연결되길 갈망하며 오래 못 본 친구와 전화, 이메일, 카톡 등으로 슬프고 힘든 삶의 이야기를 꽃피우다보면 마음이 밝아지고 후련해진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하는 가운데 따스한 사랑이 흐른다. 사랑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사랑이 있는 곳에 기쁨이 있고 사랑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질은 생활수준의 향상이나 편리함보다 의미 있는 인생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 껍데기생활이 아닌 인생의 열매가 맺혀야 한다.
가끔 청구서를 받아 수표를 쓰고 그 회사의 뉴스나 활동을 적은 종이를 만지면 생동감을 느낀다. 요즈음은 무슨 문제가 생겨서 전화를 해도 로봇이 나와서 그의 지시대로 이곳저곳 전화버튼을 누르지만, 시원한 해답은 늘 아쉽다. 무인시대가 편리한 건 사실이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느끼는 사랑이 결여되어 싸늘함과 아쉬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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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