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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영화에서 장·단점 찾아 배우면서 늘 다음 영화 위해 노력”

2022-08-05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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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세계적인 거장 코스타-가브라스 감독

“과거 영화에서 장·단점 찾아 배우면서 늘 다음 영화 위해 노력”

세계적인 거장 코스타-가브라스 감독

세계적인 거장 코스타-가브라스는 89세의 나이에도 씩씩하고 건강해 보였다. 그리스 태생으로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스타-가브라스를 영상 인터뷰했다. 그리스 군사혁명을 다룬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Z’(1967)와 미 CIA가 개입한 칠레 군사혁명을 다룬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 ’미싱‘(1982) 등 정치와 사회문제를 파헤친 영화를 많이 만든 코스타-가브라스는 파리의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오는 8월 11일 스위스의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60년의 영화 인생을 기리는 생애 업적 상을 받는다. 코스타-가브라스는 귀중한 영화관계 문서와 물품을 다량으로 보관하고 있는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소장이다. 그는 질문에 진지하면서도 쾌활하고 상냥하게 대답했다.

“과거 영화에서 장·단점 찾아 배우면서 늘 다음 영화 위해 노력”

‘미싱’의 한 장면



-지난 6월 91세로 타계한 장-루이 트랑티냥(‘Z’의 주연)과 일한 경험은 어땠는지.


“그와는 2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는데 그는 매우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따스한 음성을 가지고 악인 역할을 하기를 좋아했다. 그는 자기가 맡은 인물의 성격을 매우 빨리 이해했다. 그래서 그에게 자신이 맡은 역이 어떤 인물이며 또 그 역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 할 필요가 없었다.”

-영화 인생 60년이 되는데 어디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추진력이 오는가.

“나도 모르겠다. 난 영화공부를 즐겨했고 또 지금도 즐긴다. 난 처음에 조감독으로 시작했는데 프랑스에서 조감독은 감독과 가장 가까운 사이다. 프랑스에서감독은 나도 일한 미국에서와는 달리 보다 예술적으로 영화에 접근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감독은 프랑스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외국인인 내가 조감독이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동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제작자로 더러 일하긴 했지만 외국인인 내가 프랑스 영화의 감독이 된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그 것은 지금도 마찬 가지다. 난 지금도 가끔 내가 프랑스영화 감독이 됐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영화가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사랑이 언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나의 첫 영화를 만들면서부터였다고 해야겠다. 그 것은 하나의 큰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시몬 시뇨레, 이브 몽탕 그리고 장-루이 트랑티냥과 같은 배우들을 감독한다는 것이야 말로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나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감독하는 일을 사랑하게 되었다. 매번 그 것은 큰 경이었으며 그들이 내가 요구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내겐 큰 기쁨이었다. 그런 경이와 기쁨은 미국에 올 때까지 지속되었다.”

-지금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의 주인공 로미 슈나이더(오스트리아 태생으로‘제복의 소녀’ 주연배우. 프랑스 배우 알랑 들롱의 연이었다)는 어떤 배우였는지.

“매우 섬세한 여인으로 겉으로는 매우 연약해 보였다. 그래서 그는 가능한 한 항상 감독 곁에 가까이 있으려고 했다. 로미는 그런 자신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질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내면 깊숙이는 매운 강한 사람이었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생애 업적 상을 받는데 그렇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그런 것 생각 안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음 영화다. 지금도 다음 영화에 대해 작업 중이다. 과거는 과거로 내가 바꿀 수가 없지 않은가. 나의 어떤 영화들은 잘 받아들여졌고 또 어떤 것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를 더 좋아한다. 늘 다음 영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리고 늘 과거의 영화들로부터 내가 잘 했고 또 못했던 점들을 찾아 배우면서 다음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당신은 정치영화 감독으로 알려졌는데 요즘 세상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보는가.

“지금 세계는 엉망진창이다. 아무도 우리가 어디로 가고 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극히 위험한 엉망진창이다. 나는 모든 영화가 정치영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화란 수천 명 때로는 수백만 명을 향해 이이야기 하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대해 반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것을 정치라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 정치영화란 단순히 지도자들의 면모만 그린다기 보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기 직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다루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같이 행하는 모든 일이 정치다.”

-잭 레몬과 시시 스페이섹이 나온 ‘미싱’(Missing)을 만든 경험은 어땠는가.

“나는 영화가 만들어진 1980년대 초 당시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따라가고 있었다. 나는 아옌데를 존경했는데 그래서 그가 하는 일과 또 CIA가 그에게 한 짓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영화의 원전인 책과 각본을 읽고 즉시 내 의도대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배급사인 유니버설에 각본에 있는 그대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해 허락을 받았다. 영화를 혹독한 독재정권 하에서 산 칠레국민들에게 헌사로 바치기 위해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 독재정권은 미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해 이뤄진 것이었다.”

-요즘 세상은 돈과 권력에 대한 집착이 원칙과 가치에 대한 믿음을 단연코 앞서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연코 그렇다. 현재 우리의 큰 문제는 돈이다. 돈은 새 종교가 되다시피 했다. 돈 종교다. 모두가 돈과 성공만 생각한다. 우리는 전연 이웃이나 타인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 것은 큰 문제로 돈과 권력에 대한 집착은 사람들을 개인주의자들로 만들고 있는데 개인주의는 사회에 가장 저해한 것이다.”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의 개념이 아직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좌파건 우파건 간에 그들은 새삼 사회와 자신들의 이념과 믿음 그리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그들은 깊숙이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매일 같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디지털 혁명 이후 세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국정 운영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프랑스 정치인들만 해도 당장 내일만 생각하고 있다. 작은 선거에서 어떻게 이길지 또 누가 이길지에 대해서나 생각하지 포괄적이요 전체적인 비전이 없다.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지와 같은 보편적인 전망이 없다.”

-젊은 영화인들에 대해 해줄 조언은 무엇인가.

“먼저 자신에게 왜 내가 이일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왜 나는 영화를 만들기를 원하는가. 돈 때문인가 명예 때문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정열을 지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모든 영화는 정열의 산물인가.

“그렇다. 난 정열 없이는 영화를 못 만든다. 영화 만든다는 것은 러브 스토리나 마찬 가지다. 몇 달 또는 몇 년을 밤 낮 없이 그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매 장면을 생각하면서 그 것을 어떻게 하면 보다 낫게 만들지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 내게 있어 그 것만이 영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가 지금까지 동료 감독들에 비해 적은 20편의 영화만 만든 까닭도 이 때문이다.”

-당신이 2005년에 만든 블랙 코미디 드라마이자 스릴러인 ‘액스’(The Ax)를 한국의 감독 박찬욱이 다시 만든다고 들었는데.

“그를 칸영화제에서 만났다. 그가 아직도 그 영화의 원전인 소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언젠가 그 것을 영화로 만들려고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만드세요. 그 것은 당신의 것이지요. 나는 내 것을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당신 자신의 것을 만드세요.’”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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