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다고 하더니 올해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아름의 부케처럼 시베리안 붓꽃(Siberian Iris)이 만개했다. 그늘지던 숲속의 나무를 잘랐더니 온종일 내려 쬐는 햇빛, 바람, 알맞는 비가 화려하게 붓꽃을 피웠다.
창가에 앉아 자연이 주는 원색의 보랏빛 꽃의 화사함과 순수함에 매료되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겁다. 혼자 즐거워 하다가 몇 년 전 LA 의 Getty Museum 에서 본 19세기 천재화가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의 붓꽃(Iris) 그림이 떠오른다. 고독과 두려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발작으로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설명만 기억되었다.
그는 사는 날 동안 뭘 하려 해도 되는 일이 없는 낙오자요 시시때때로 그를 괴롭히는 발작이 일어나면 공격적인 성질로 변해 회피대상이 되었으니 친지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였다. 28세때 파리의 화가들 그림을 접하면서 유일하게 소통의 편지를 보낼 수 있는 후원자 동생 테오의 뒷바침으로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천재와 광기에 대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심한 우울증에서 조증으로 향하기 시작할 때 창의성이 폭발하며 영감이 떠오르면 무한한 상상력이 심오한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갈망하던 광기의 반 고흐는 정신병원 퇴원한 두달 후 가슴에 총을 쏘아 37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의 유작 대부분은 세계대전 중 손실되고 개인 소유의 그림이 경매장에 나오면 억만 장자나 각 나라 미술관에서 눈독 들여 어마어마한 고가에 낙찰된다고 한다.
사후에 많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명성을 받음이 망자에게 무슨 유익이 있을까만은 해를 보며 기뻐하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은 길고 그의 이름은 영원히 후세에 기억될 것이다.
그가 마지막 살았던 아를르 마을 길가의 카페그림 원화는 그의 조국 네덜란드 암스텔담 반 고흐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고 시가 2억 달러이상이라고 한다. 나도 어느 벼룩시장에서 사온 작은 복제 판화가 Cereal Box 뒤에서 뒹굴고 있었는데 깜짝 놀라 벽시계 밑에다 걸어놓고 감상하려한다.
붓꽃처럼 잠시 활짝 피었다가 시들어 버릴 짧은 인생인데 근심, 걱정 등 무겁게 짊어지지 말고 새처럼 숲속을 날듯이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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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뉴저지 이스트 하노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