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위험한 영끌주의

2022-07-2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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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영끌'이라는 신종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본다. “영혼을 끌어 모은다”는 뜻을 줄인 말이라고 한다. 즉 자신의 기본임금은 물론, 각종 모아놓은 저축금, 주변 친구나 친지들로부터 빌린 돈을 모두 끌어 모아 투자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영끌했다는 말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어딘가에 올인해서 투자 혹은 투기 했다'라는 뜻이다. 흔히 ‘티끌 모아 태산’같이 우직하게 열심히 일해서 개미처럼 꾸준히 저축하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뜻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무리 일해도 집 한 칸 제대로 사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빚이라도 내어 한방에 큰돈을 벌려고 하는 심리에서 영끌을 한다고 한다. 주위에서 모두 주가 상승의 혜택을 보고 있는데, 나도 지금 참여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일종의 우려감이다.


왜 나만 제대로 돈을 못 벌고 있나 하는 생각에서 그 기회를 놓칠까봐 겁 없이 뛰어드는 현상을 바로 영끌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위험한 모험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천정부지로 부동산 값이나 주가가 뛰어 오르더니, 올 들어 전세계가 빅스텝 금리 인상으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이상씩 올리는 급격한 금융정책을 단행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위원회는 앞으로 계속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주식시장에 치명타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미 정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인플레이션과 싸울 때는 반드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는 일종의 도식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는 미 경제의 본격적인 경기침체는 아직 시작조차 안 된지도 모른다. '증시와 부동산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를 겪더라도 무조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연준의 의지가 명확해진 상황이니 그러한 결과는 당연한 귀결 아닐까. 이런 분위기에서는 주식시장이 오늘 당장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런 때는 그럼 무엇을 해야 안전할까? 누구보다 젊은이들의 행보가 걱정이다.

젊은 세대의 경제 상황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 심각하다고 한다. 지난 정권 말기 급등하는 집값에 위기감을 느낀 2030세대가 ‘영끌’에 많이 가담했다고 한다. 나 혼자만 뒤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이런 심리를 부추겼다고 한다.

남이 갑자기 큰돈을 버니 나 역시 욕심이 생겼을까. 그런 심리에서 허둥대며 막차를 타고 떠난 그들의 처지가 영끌이 아닌 영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사람이 사는 생활에서 돈이 중요하다 보니 돈 때문에 서로 간에 죽고 죽이기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이 더 많다는 진리를 잊으면 안 된다.

세상에는 썩는 양식과 썩지 않는 마음의 양식이 있다고 한다. 큰돈을 못 벌었거나, 큰돈을 벌었어도 날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썩지 않는 마음의 양식을 얻기에 힘쓰는 삶의 교훈을 얻는다면 더 큰 것을 얻는 결과가 아닐까.

우리 모두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기간을 평소 잘 깨닫지 못하고 지나온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귀한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덮어놓고 돈 돈 하면서 영끌이 되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금전적인 성공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어떻게 돈을 쓰는지에 달려있다.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정직한 돈을 소중히 하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영끌같은 투기로 인해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계획대로 돈을 벌지 못했다 하더라도 인생에 실패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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