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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가 교과서이다

2022-07-27 (수) 07:22:35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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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함부로 말했다가는 망신 정도가 아니라 사회에서 매장을 당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선정할 때에 그저 그런 사람이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이참에 기회다 하면서 “내 아들이 항쟁에 참여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소.” 해서 5.18 유공자가 됐다는 소문도 있고 또 5.18 항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5.18 유공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다 하며 5.18 유공자 명단 좀 보자 했다가는 시민단체인지 못된 언론인지로부터 곤욕을 치른다.
세월호 참변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난 3년 전, 2019년에 한국을 가니 광화문 광장에 빈소(?)가 있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절을 하고 있었다. 또 듣자니 안산의 학교 한 교실을 추모의 교실로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간 남명호, 창경호, 서해 페리호 같은 세월호 참사 규모의 대형사고가 있었고 또 세월호 참사 역시 국가 행사도 아니고 그저 수학여행 가던 중 발생한 단순 사고사건인데 너무 유별난 것 아니냐 하다가는 아마도 길을 거닐다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밖에 정신대 할머니, 촛불 항쟁, 민주 노조 등 좀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 좀 삐딱한 내용으로 함부로 입 놀리다가 곤욕을 치를 수 있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이보다 절대적으로 입도 뻥끗해서 안 되는 것이 있다. 남북통일이다. 신성불가침이 아니라 신성불가촉(觸)이라고 해야 하나. 감히 만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하는 이유는 근간에 한국으로 도망인지 귀순인지 좌우간 남한에와 죽임을 당할 것이 뻔한 2명을 북한으로 보낸 사건이 밝혀지면서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세계가 떠들썩한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왜 북으로 보냈을까? 아마도 그 신성불가촉의 남북통일에 진전이 없자 어떻게 해서라도 통일의 대화를 위하여 북한에 아양(?)이라도 떨어야겠다고 무리한 짓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북통일 이야기만 나오면 3년 전에 쿠바를 방문했던 당시가 떠오른다.
쿠바에서 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1950년대 커다란 미제 승용차 그러나 타고 보면 덜컹거리는 형편없는 차부터 기념품 시장 그리고 식당에서 보고 느낀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은 피델 카스트로의 의료정책, 교육정책 등에 대해서 아직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한 정책이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모스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고 있다.


현재의 쿠바인들은 가난한 평등보다는 좀 더 나은 생활을 영유 하고 싶어 하고 자유 시장 경제의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쿠바의 오늘의 현 주소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의 변화를 남북통일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사람들, 특히 북한에 편향적인 정치인에게 오늘의 쿠바의 그 흐름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북한의 젊은 세대, 특히 핸드폰을 가지고 또 시장경제의 맛을 보고 있는 그들의 사고가 주류를 이르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주류가 될 때까지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생각으로도 통일에 대해서 조급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혼란만 가져 오고 남북 둘 다 상승효과도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뿐일 것이다.

남북통일을 급하게 서두르는 종북 세력으로 오해 받는 정치인에게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두견새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상기하라 권하고 싶다.
울지 않는 두견새를 도요토미는 울게 하려고 달래고 윽박지르고 별 짓을 다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그저 두견새가 울 때까지 마냥 기다렸다. 기다리자. 틀림없이 북한의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룰 때에 그들이 평화롭게 통일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 것이다.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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