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누구나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소득을 벌 수 없는 시기를 맞게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가지 경제, 사회적 이슈중에서도 특히, 공적 연금 고갈로 인해 재정 확충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적 연금이란 지금 현재의 근로세대가 그 이전세대의 노후 소득을 제공하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보장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생산 연령 인구가 늘어 날수록 공적 연금의 효과가 극대화되며 반대로 생산 연령 인구가 감소하거나 정체하게 되면 후세대의 부담이 가중되며 공적 연금에 대한 회의도 커지게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적연금인 사회보장 연금(Social Security Benefit)의 시작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9년 10월 24일, 암흑의 목요일이라고 불렸던 이날, 미국에서는 주식 시장 폭락으로 인해 대공황이 시작된다.

1차 세계 대전의 승전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최고 경제 강대국이 되었지만 한순간에 나타난 사회 경제적 위기는 미국 전체를 뒤흔들어 놓게 된다. 35%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로 인해 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고에 직면하여 빈곤층이 급증하게 되어 나라에 대한 불만은 점점 고조된다.
이에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구제, 부흥, 개혁을 목적으로 하는 뉴딜 정책을 발표하게 되고 1935년 사회보장 법(Social Security Act)을 제정한다. 기존 사회복지 정책을 재검토함과 동시에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 경제적으로 영구적인 번영과 재발 방지라는 조치를 취하며 특히 노인과 극빈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사회보장 연금제도를 시행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의 공적 사회보장 연금 제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시행 초기에는 은퇴자의 노령 연금에만 혜택을 제공했으나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지금은 은퇴자, 배우자 및 유가족, 그리고 장애인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기준 6,561만 명이 사회보장 연금을 받고 있으며 이중 77.2% 해당하는 5,064만명이 월평균 1,623달러의 은퇴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유가족 연금으로587만명이 월평균 1,328달러를수령하고 있으며, 장애연금으로 907만명이 월 평균 1,228달러를 수령하고 있다.

사회보장국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사회보장 연금이 2034년에 고갈되며 약속한 연금의 78% 정도 받을 것으로 추정한다. 불과 13년 후면 일어날 일이다. 1935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제도에는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으나 베이비 부머 세대의 연급 수급과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로 인해 현재 연금 운영 방식에 대한 위기론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행정부를 비롯한 연방 의회에서는 혜택 범위 축소, 세금 인상, 공적 연금 민영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이 되는 것은 아직 없다.
100%의 연금을 받다가 2035년 이후부터 갑자기 22%가 삭감된 78%짜리 연금을 받는다.

미국 은퇴 근로자 5명 중 약 3명은 월수입의 최소 절반 이상을 매달 받는 고정적인 소셜 연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사회보장 연금은 약 2,210만명 이상의 연금 수혜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사태를 막아준다고 한다. 만약 소셜 연금이 삭감 된다면 그로 인해 노년의 빈곤층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며 소비가 급감하고, 경제적 불황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방식의 변화는 필연적이나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오는 대규모의 연금 적자가 우리 사회가 감당 가능한 규모인지, 감당 가능하다면 이를 어떻게 세대 간에 합리적으로 분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035년은 사회보장 연금이 시행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최대현 / 사회복지팀장 워싱턴한인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