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칼럼] Moonrism의 망령
2022-07-21 (목)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아베가 죽었습니다. 한국인들의 염장을 그렇게도 지르더니 67세의 일기로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남의 나라 전직 총리가 살해된 것에 대해 마땅히 애도해야 하겠지만 그럴 수만은 없는 것이 한국인들의 복잡한 심경이 아닐까 합니다.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학살 기념비를 찾은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는 세계를 깜짝 놀랄 감동을 전했습니다. 전날 온 눈이 녹아 바닥이 물기로 젖어 있었지만 독일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 사죄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눈물까지 흘리며 사죄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나치에 부역한 자들에 대해서는 공소 시효를 없애고 영원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무려 101세의 노인이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부역한 것이
밝혀져 재판정에 서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되어 독일인들의 양심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사죄하고 반성하는 독일 정치인들과 국민들을 보면서 성숙한 나라, 선진국이란 어떤 나라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그에 비하면 일본은 야속하리만치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해 인정하지도 않고 사과하지도 않습니다. 2차대전 종전일이 되어도 사과는커녕 자신들은 세계 유일의 원자폭탄 피해국이기에 자신들이 태평양 전쟁의 최대 피해자인 것처럼 국가에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을 보면 고구마 100개를 한꺼번에 삼긴 것처럼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저만의 감정은 아닐 것입니다.
한때 일본도 반성하고 역사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듯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대표적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연어가 자기 고향을 찾는 기적 같은 회귀본능을 가진 것처럼 국수주의로 너무나쉽게 회귀하곤 했습니다. 그 최정점에 아베 신타로 전 수상이 있었습니다. 아베는 조상 대대로 일본 극우 정치를 좌지우지해온 정치 귀족 가문의 후예입니
다. 그래서인지 일본 최장 수상 재임 기록을 세운 아베 재위 기간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보수화하였고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들을 수없이 쏟아내었습니다. 심지어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꾸니 신사에 총리의 신분으로 직접 가서 제사를 드리는 것을 보고 속이 체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아베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너무나 뜻밖의 계기가 뉴스에 보도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하나님의 사건에 우연은 없겠지만 역사의 주인은 역시 하나님이심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정통 기독교에서는 이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종교가 아베 살해 사건의 주요 동기로 등장합니다. 일명 통일교라고 하는 이 종교는 많은 가정들을 파탄 시킨 역사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Moonrism이라고 합니다. 제가 만난한 미국인 성도는 Moonrism에 대해 분노하며 한국에서 이런 종교가 시작되었다고 저에게 아주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동생의 아내가 Moonrism에 빠졌는데 막대한 헌금을 하더니 가정도 버리고 나가버려 결국은 가정이 파괴되었다고 했습니다. 종교가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저에게 항변했습니다.
이번에 아베 살해 사건의 범인도 자기 어머니가 Moonrism에 빠져서 막대한 헌금을 하는 바람에 가정이 파산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추적한 바에 의하면 범인의 아버지가 일찍 죽고 아버지의 사업을 어머니가 맡았었는데 Moonrism에 빠져서 큰돈을 헌금하는 바람에 사업이 부도가 나고 파산했다는것입니다. 그래서 범인은 자기 가정을 파괴한 Moonrism에 복수하고자 계획을 세웠는데 그 불똥이 아베에게 튄 것입니다. Moonrism의 망령이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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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