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국내 첫 간이식 성공이래
외과팀 수술 시행 2500건 육박
순수복강경 술기 우수성 인정받아
세계이식학회 라이징스타 선정도
간이식으로 노벨상 받는 게 소망“우리나라는 생체 간 이식의 대부분이 자녀일 정도로 효자·효녀가 많아요. 최소침습수술로 기증자는 물론 수혜자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합병증을 줄여줄 수 있다면 외과의사로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죠. “
홍석균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7일 서울경제와 만나 “순수 복강경과 로봇 팔을 이용한 최신 술기를 연마하고 발전시켜 생체간이식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잘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간이식은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등장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간담췌외과 의사 ‘이익준’ 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이 인기를 끈 데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간이식 사례들도 한 몫 했다. 딸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2주만에 7Kg을 감량한 아버지의 사연, 어린이날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져 장기기증을 하게 된 환자의 자녀를 위해 10분을 기다려 자정을 넘긴 뒤 수술을 집도하는 에피소드 등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어려서부터 외과의사를 꿈꿨다는 홍 교수는 “전공의 시절 생사를 넘나들던 환자가 간이식수술을 받은 후 1~2주만에 기적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고 간담췌외과의 매력에 빠졌다”고 전했다. 우리 몸의 오른쪽 상복부에 위치한 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담즙산, 빌리루빈 등 각종 영양소와 호르몬의 대사작용 외에 해독·살균 작용을 담당한다. 일부를 잘라내도 3개월 정도면 비슷한 크기로 재생된다는 특징 덕분에 몸에 2개 있는 신장 다음으로 생체 이식이 활발하다. 지난해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간이식수술의 72.8%가 생체이식이었다. 건강한 성인의 간을 적출해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선 결코 부담이 적지 않다. 홍 교수는 “결혼도 안 한 아들, 딸로부터 기증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 중엔 수술을 안 받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많다”며 “혹여라도 자녀에게 해가 될까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져 더욱 긴장하고 수술에 임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외과 간이식팀은 1988년 국내 최초로 뇌사자 간이식에 성공한 이래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하며 간이식 분야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작년 말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간이식수술은 성인, 소아를 통틀어 2500건에 육박한다. 한해 130건이 넘는 간이식수술을 시행하면서도 단 한명의 환자에서도 중대 합병증이 없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이식 분야에서 30년 넘게 쌓아온 경험과 복강경수술의 발전에 힘입어 생체간이식을 시행할 때 불가피했던 수술 후 상처와 합병증 등 공여자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2007년 세계 처음으로 젊은 여자 기증자의 오른쪽 간을 복강경으로 떼어내는 간이식 수술을 시행한 서울대병원은 10여 년만에 순수복강경 기증자 간절제술 100례를 넘겼다. 지난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순수복강경 수혜자 간이식수술을 시행했다. 그동안 수혜자의 배를 열지 않고 복강경으로만 간을 이식하는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고 수혜자에게도 로봇과 복강경을 이용한 간이식에 성공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순수복강경 수혜자 간이식은 순수복강경 기증자 간이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다. 반면 출혈량과 간 손상 정도가 개복수술보다 적고, 수술 후 회복시간이 줄어들 뿐 아니라 상처가 적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전까지 간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배 중앙에는 개복수술의 흔적인 커다란 ‘시옷자’형 상처가 남은 것과 달리, 순수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겐 배 아래에 작은 구멍 몇개만 남겨졌다. 홍 교수는 “수술시간이 배나 걸리고 난이도가 높아 의료진들에게는 다소 힘들지 몰라도 기증자와 수혜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하고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순수복강경 술기의 우수한 성적을 여러 논문으로 발표하며 지난 2018년 세계이식학회에서 ‘라이징스타’로 선정됐다. 올해는 간이식팀 홍서영 임상강사의 멘토자격으로 수상석에 섰다. 라이징 스타상은 42세 이하의 젊은 의학자 중 세계 간이식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가 3명에 불과한 자리에 두 차례나 오른 것이다. 홍 교수는 “한결같이 수술 실기 연마와 환자 진료에 힘쓰고 계신 선배 교수진들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며 “30년 전부터 이어져 온 간이식 술기에 대한 가르침과 간이식팀의 팀워크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 ‘간들간들tv’ 운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간이식 관련 유용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팀원들과 뜻을 모았다. 간기증에 요구되는 자격과 수술 전후 관리방법, 검사, 수술 정보 등의 정보를 짬짬이 업로드하며 환자들과 소통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그는 “진료와 수술, 연구, 교육에 매진하며 인류건강에 기여하고 싶다”며 “언젠가 간이식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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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