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6일, 기자는 새크라멘토 영화사 동진 스님으로부터 ‘아주 예외적인’ 이메일을 받았다. 수년 전까지 거의 한 주가 멀다 하고 이어졌던 전화통화를 제외하고 이메일 소통만 하더라도, 어언 10년 이상 적어도 한달에 세통씩(스님의 칼럼과 안부편지, 이에 대한 기자의 답신) 주고받았지만 단 한번도 없었던 기사청탁이었다. 읽어보니 굳이 청탁할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단순 통보만으로도 기자가 알아서 팔을 걷어붙일 사안이었다.
거의 날이면 날마다 안팎청소 잡초매기 화초가꾸기 등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기본이고 꼭 필요한 묘목 빼고는 바람에 날려온 씨앗이나 새똥에 섞인 씨앗에서 싹이 트면 그걸 옮겨심으며 잡초밭을 꽃과 나무 무성한 뜰로 일궈낸 스님의 10년 고생담과 영화사의 10년 성장사를 알 만큼 아는 기자에게, 다 스러진 창고수리며 기껏 깎고 돌아서면 또 자라난 듯한 잡초제거며 돈 들어갈 일이 하나둘 아님을 뻔히 아는 기자에게, 올해부터 형편이 어려운 가주내 2년제 대학생 이상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6월에 1명 12월에 1명을 선발해 각 3,000달러씩 장학금을 주겠다는 스님의 편지는 희소식 이전에 놀람뉴스로 다가왔다. 뿐만 아니었다. 기사를 키우지 말고 팩트만 간단히 전달해달라는 신신당부가 달렸다. 영화사와 스님을 띄우는 미담기사를 경계하고 몰라서 신청 못하는 학생을 한명이라도 줄여보려는 스님의 뜻이 짚혀졌다.
놀라움의 근거는 더 있었다. 종교나 성적을 묻지도 않고 품행을 따지지도 않았다. 선발되기 위한 유일조건은 “학자금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면 됐고, 선발된 이후의 유일의무는 “수령 다음해 영화사 부처님오신날 법회에 참석”하는 것뿐이었다. (본보 6월2일자 불교면 참조)
6월27일, 기자는 영화사 수지환 법우로부터 기다리던 이메일을 받았다. 영화사 제1호 장학생 선발 소식이었다. 그런데 내용이, 군더더기 한점 없는 초미니 팩트뿐이었다. “영화사 장학생 첫 수여자로 이윤서 학생이 되었습니다. Mission Viejo소재의 Saddleback College에서 design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 끝에 이윤서 학생이 장학증서를 들고 찍은 사진(사진)과 감사편지가 첨부돼 있었다.
해당학생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으려고 스님이 미리 단속했음을 즉각 알아차렸지만 기자는 넌즈시 선발과정 등에 얽힌 뒷얘기를 귀동냥하려 했다. 역시나, 공손하되 단호하게 더이상은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는 “역시 그 스님에 그 제자”라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낮, 수지환 법우로부터 전날 저녁의 해프닝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 동진 스님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짐작대로 영화사와 스님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면서 선발된 학생을 보호하려는 스님의 뜻이 묻어나는 내용이었다. 내년 부처님오신날에 영화사에 와야 한다는 유일한 단서조항마저 학생의 선택에 맡겼다고 한다. 그 이유에도 배려심이 가득했다. “장학금이 기쁨이 되어야 하는데, 행여 그 부분 때매 늘 부담을 가진다면, 주는 의미가 퇴색될 거 같아서요.”
영화사는 오는 12월 2호 장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올해 장학금 밑천 6,000달러는 한국 후원자의 보시로 마련됐다. 매년 2명씩 각 3,000달러 지급을 목표로 하는 영화사 장학금 모연에 동참하려면 영화사 누리집(www.younghwazencenter.com)이나 대표메일(info@younghwazencenter.com)을 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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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