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 ‘마을미술프로젝트’ 13년, 초기 단순한 벽화 조성 등에서 벗어나
▶ 창녕 우포늪 ‘생태미술마을’ 등 지역 특성을 살린 사업 120여건 달해
지난해 마을미술프로젝트로 경남 창녕에서 진행된 ‘우포생태미술마을 프로젝트’의 설치작품인 강천석의 ‘안녕,반딧불이’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천 가좌동에서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진행된 작업 ‘온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남 창녕군에는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총면적 약 2.3㎢의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인 ‘창녕우포늪’이 있다. 우포늪생태체험장 초입에서 커다란 새 둥지 형태의 조형물이 바람의 변화에 따라 색을 달리하며 방문객을 맞는다.
이곳 주매마을의 상징물인 반딧불이를 소재로 한 강천석 작가의 ‘안녕, 반딧불이’이다. 늪지대 안에 설치된 강동현의 ‘공존의 숲’은 새와 식물이 하나로 합쳐진 새로운 생명체가 공존의 의미를 속삭인다. 나무를 재료로 새를 형상화 한 강이수의 ‘우포의 아침’은 친근함 때문에 어린 관람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작년 여름에는 지역주민과 관광객 등 75명이 참여한 ‘우포마을 공작소’라는 공예 공방 프로그램이 18회에 걸쳐 진행됐다. 가을에는 창작 체험부터 마을주민 장터까지 어우러진 자연미술제가 열려 50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진행된 ‘우포 생태미술마을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이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예술가들의 생계가 막막해지자 일자리 창출과 지역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업이 13년 이상 지속되며 ‘진화’하고 있다.
초기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뉴딜정책’을 벤치마킹해, 지역 예술가들의 벽화 사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70여년 전 롤모델이 현대인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역부족이었다. 예술적 명분은 퇴색하고 경관 미화 작업이라는 허울만 남았고, 작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폐기하기도 어려운 골칫덩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약 10년간 이 사업에 참여해 120여 건의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한 (재)아름다운맵의 이수홍 이사장(홍익대 교수)은 “벽화 같은 미술 결과물에 대한 관심은 줄었고, 지역 특성화에 대한 비중이 확고해졌다”면서 “경제적으로 소외되거나 낙후된 지역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아 지역 역사를 기반으로 지역민과의 커뮤니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나아가 작가들이 떠난 뒤에도 지역민들이 스스로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서 ‘커뮤니티 아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천시 서구 가좌동의 가좌완충녹지공원을 중심으로 전개된 ‘가좌:플레이 그라운드’를 진행한 성훈식 총감독은 “주거·상업시설과 자연의 완충지인 녹지공원에 지역민들의 희노애락을 담고자 했고 기념비적 형태의 작품 설치보다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장소사이의 관계를 작품으로 연결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가좌완충녹지공원에서는 주민들이 뜨개질로 작업한 니트 열매를 나무에 매단 설치작업 ‘온실’,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면서도 친환경적인 태양광패널과 광섬유 설치작업 ‘라이블리 비틀즈’ 등이 사랑받았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남산근린공원과 유휴지를 활용한 ‘원인동 문화촌’ 프로젝트가 전개됐다. 원인동은 원주의 원도심이자 재개발로 사라질 마을이다. 작가들은 조력자로, 원인동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각자의 기억을 공공의 기억으로 ‘함께 남기는’ 일에 주력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황진수 시각예술부장은 “마을미술 프로젝트 하나로 당장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것이라는 식의 욕심은 과감히 버렸다”면서 “예술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마중물’로서 기회를 제공하는 게 기관의 역할이라면 이를 실질적으로 완성하고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주인공은 주민들”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대전 중구와 대덕구, 경남 하동 등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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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미술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