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의 칼럼] DNR-디엔알 (1)

2022-06-30 (목) 12:00:00 이영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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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R이란 흔히 쓰는 의학용어로서 ‘Do Not Resuscitate’의 약자이다. 환자가 급성 호흡 정지나 심장마비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인해서 응급 심폐소생을 할때 기도에 튜브를 넣고 심장 마사지를 하는 등 일련의 시술을 하게 된다.

이때 환자나 보호자가 더이상의 치료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 주치의에게 DNR 을 요구할수 있다. 그러면 주치의는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을 존중해서 호흡이나 심장이 갑자기 멎을 경우에 기계호흡이나 심장 소생시술을 취하지 않도록 한다.

80대 후반의 정모씨는 갑작스런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입원후에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었고 항생제 치료에 약간의 호전이 있다가 폐혈증으로 다시 병이 진행되었다.


정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호흡상태가 나빠져서 기관지 삽관술을 실시하고 기계호흡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정씨의 의식은 회복되었지만 심한 폐렴에 폐혈증까지 겹쳐서 장기간 기계호흡을 해야한다는 주치의의 말을 들었다.

며칠후 정씨의 심장에 이상이 생겨서 심폐소생술을 해야했고 폐혈증의 합병증으로 심근경색과 함께 부정맥이 왔다는 말도 들었다. 정씨의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은 정씨의 상태가 빨리 호전되기를 기다렸지만 좋아질것 같지가 않아서 매우 고민이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3주이상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조금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것을 반복했다. 또 환자가 고령이고 심장질환등의 합병이 생기면서 회복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또 환자치료를 어느 단계까지 지속할 것인지를 의료진이 물어왔다. 이에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정씨 가족들은 가족회의를 통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위의 증례처럼 DNR은 소생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나 소생된다 하더라도 의미있는 삶을 살기힘든 질환을 앓고있는 경우 (예를들면 말기 암환자나 심한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는 경우 등)에 적용될수 있다. 또 평소 환자자신의 철학이나 종교적인 신념도 DNR 여부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이처럼 DNR은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죽고싶은 권리를 어느정도는 존중해준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또 불필요하게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아주고 환자나 보호자의 고통을 덜어준다. <다음에 계속>

이영직 내과 (213-383-9388)

<이영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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