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황, 우크라 전쟁 나토 책임론 또 시사

2022-06-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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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우크라 침공 몇 달 전 전쟁 발발 우려 전해 들어

▶ 전쟁 관련 ‘선악 논리’ 경계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한국 지도자로부터 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말을 들었다고 공개했다. 14일 발행된 예수회 정기 간행물 ‘라치빌타카톨리카’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달 19일 바티칸에서 라치빌타카톨리카 편집인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전쟁이 시작되기 몇 달 전 한 국가 원수를 만났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라며 “그는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한 뒤에 내게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의 움직임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왜 그러냐고 묻자 그는 ‘그들(나토)이 러시아 문 앞에서 짖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가 제국이라는 점과 어떠한 외국 세력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현 상황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다”라고 소개했다.

교황은 해당 국가 원수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황은 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체첸·시리아 용병에 의해 자행되는 잔인함·흉포함을 비난하면서도 흑백 논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교황은 “여기에 형이상학적인 선과 악은 없다. 서로 매우 밀접하게 얽혀있는 요소를 가진 글로벌 차원의 무언가가 등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아마도 이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도발됐거나 혹은 방지되지 않았다”라는 표현도 썼다. 로이터·AFP 통신 등 일부 외신은 나토의 동진이 전쟁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은 지난달 보도된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일부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교황은 이어 “이 시점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푸틴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지나치게 단순화해 그렇게 말하면 틀린 것”이라며 “어떤 문제의 복잡한 뿌리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선과 악의 구별로 바꿔 놓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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