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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우분트(ubuntu)

2022-06-02 (목)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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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프리카 부족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인류학자가 그곳 어린이들을 모아 놓고 깜짝 게임을 제안했다.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는 게임이다. 헌데 아이들은 시작 종이 울리자 각기 혼자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가서 과일을 함께 먹었다. 그 모습을 본 학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명이 먼저 뛰어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 데 왜 함께 갔지?” 이에 아이들이 답하길 ‘우분투 였어요. 혼자 과일을 먹으면 친구들이 다 슬퍼할텐데 어떻게 혼자만 행복할 수 있나요?’

우분트는 아프리카 코사어로서 사람들간의 관계와 헌신에 중점을 둔 아프리카의 전통 윤리사상이며 평화운동의 사상적 뿌리가 되는 말이다. 우분투 정신을 뿌리삼아 340여 년이 넘도록 지속돼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백 인종차별을 종식시킨 이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인데 그는 우분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에 우리가 어렸을 적에 여행자가 우리 마을에 들르곤 합니다. 여행자는 음식이나 물을 달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들르기만 하면 사람들이 밥상에 음식을 차려주기 때문입니다. 헌데 이것은 우분투의 한 측면일뿐이며 실제 우분트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분투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분 주변의 공동체가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그 일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고, 만일 여러분이 그런 일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고마워 할 아주 중요한 일을 한 것입니다.”

우분투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으로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바로 우분투의 핵심이다. 우분투는 우리가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은 서로 이어져 있으며 인간이 하는 일 하나하나가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좋은 일을 하면 그것이 번져 나가 다른 곳에서도 좋은 일이 일어나게 만든다. 한 사람의 선한 일은 공동체 모두를 위하는 일이 된다. 우분투 정신을 갖춘 사람은 마음이 열려 있고 다른 사람을 기꺼이 도우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할 줄 안다. 또한 다른 사람이 뛰어나고 유능하다고 해서 위기 의식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이 공동 집단에 속한 일원으로 다른 사람이 굴욕을 당하거나 홀대를 받을 때 자기도 마찬가지로 그런 일을 당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분투 정신을 지닐때 굳은 자기확신을 가질 수가 있고 또한 관용심도 갗출 수가 있다. 우분투 정신은 협동과 연대, 나눔에 뿌리를 둔 기독교정신과 통한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극한 경쟁 체제속에 빠져 있다.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죽기 살기로 살아간다. 모두 일등을 하고 금메달을 얻으려 애쓰고 수고한다. 그러다보니 사회에 순위및 계급이 생기고 그에 따른 차별이 발생한다. 일등하고 우승하는 자가 상과 이름, 명예를 독식한다. 안타깝게도 주의 이름으로 모두가 하나이어야 할 교회 내에서도 이런 차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성도들에게 등급을 매기고 교회간에도 등급을 매긴다. 교세가 크고 자원이 많고 프로그램이 다양하면 일등 교회이다. 헌데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일등을 하고 교회를 크게 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단지 참 믿음의 성도가 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말씀하셨다. 우분투의 실천을 명하신 것이다. 주님은 오병이어 기적을 통해 우분트 정신을 일깨워 주셨다. 주님은 들판에 앉아있던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 하시며 그곳에 있던 어린아이의 먹을 것으로 5 천명을 나누어 먹이셨다. 어린 소년의 나눔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고 영육간에 살아나는 기적을 체험하게 하신 것이다.

우분투 삶을 살아갈 때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이 넘친다. 서로 안에서 사랑과 은혜가 형성된다. 그리고 주 안에서 한 형제 한 자매임을 깨닫게 된다. 주위에 힘겨워하는 자들이 있다면 돕고 섬기고 나누면서 우분트 정신을 실천하시길 바란다. 우분트 마음을 지닐 때 비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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