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게 할 때가 좋을 때
2022-05-21 (토)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모든 사람들은 자유과 기본 생존을 위한 자원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빈부의 양극화 현상처럼 물과 식량의 고른 공급은 안 되고 있는데 기후 변화와 전쟁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나라와 계층은 필요이상으로 가져서 낭비하니 어리석고, 이웃을 돌보지 않으니 선하다고 볼 수 없다. 국가권력이든 개인의 삶이든 조화와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건강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살고 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환자들에게 진찰과 혈액검사 혹은 영상 검사 후에 이상소견을 말씀드리면서 더욱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보이는 반응이 환자에 따라 많이 다른 것을 본다. 더 필요한 정밀 검사에 대하여 지나치게 불안해하면서 내일 당장 돌아가실 것처럼 재촉하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별 증상이 없으니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똑 같은 과학적 사실이라도 받아들이는 대상은 사람이며 그 인격체의 반응은 살아온 경험과 성품에 따라 다를 것이니 이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가 하는 것은 의술인 동시에 예술이다. 권위적인 의학용어를 피하여 일상생활의 용어로 환자분들께 검사의 결과와 가능한 증상, 앞으로의 일어날 일들과 진행과정을 쉽게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예술은 언제나 나에게 더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미리 온갖 걱정을 앞당기는 분들은 미리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며 반응을 하니 정밀 검사의 과정도 자꾸 힘들어진다. 본인의 심정을 남들이 깊이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너무 자아에 몰입되어있어 젊고 건강할 때만을 생각하면서 사신 것은 아닌지 추측해본다. 불안한 상황이지만 우리 몸에는 병을 이기는 면역력이 있으므로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햇볕도 더 쪼이고, 다양한 건강 음식과 수면을 더 많이 취하면서 차근차근 정밀검사에 임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늘 생각해야한다. “인간의 몸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약해지고 쇠퇴하며 오래 살수록 암의 빈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세포가 세월이 갈수록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암이 생기지 않아도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하지 않고 가장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뼈 조직도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구성하고 있던 원소가 완전히 새롭게 교체된다.
또 다른 분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은 전혀 돌보지 않고 가족만을 위해서 온갖 희생을 하면서 사신 분들도 있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정밀검사 자체도 부담스러워 하신다. 그런 분들에게는 이제는 삶의 무게를 가족들에게 넘기시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드린다.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면서 넘기지 못하면 그것도 지혜롭지 못한 것 같다.
이상 소견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는 분들과는 대조적으로 전혀 무심하게 남의 이야기하듯이 듣는 분들도 있는데 의사가 답답하여 복창이 터질 지경이다. 증상이 없기도 하고 매스컴에서 왜곡된 사실들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상세히 설명하고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검사를 추천해도 극구 거절하는 분들을 본다. 다행히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검사 후 쉽게 해결될 병을 무심하게 더 키워서 큰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가 어떤 검사를 추천할 때가 오히려 좋을 때라는 것을 알려드린다. 내과 학회에서도 나이가 어느 정도 많아지면 더 이상 장내시경, 특정 피검사, 암 검사를 추천하지 않는다. 검사를 하는 자체도 위험하고 어떤 결과를 가지고도 치료하는 것이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귀찮게 할 때가 건강하고 좋을 때”이다. 그냥 “편하게 지내시죠.”라고 하면 시간이 너무 흘렀다는 뜻이다. 조언을 할 때 들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매우 좋은 것이다. 건강에 대한 검사와 염려뿐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도 지나치지도 말며 너무 무심하지도 않게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맞추며 살 것인가는 우리 모두가 평생 살면서 고민해보아야 할 숙제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말을 쉬운 말로 풀어서 생각을 해보았다. “예술(의술)의 길은 멀고 깊은데, 인생은 짧구나. 시간은 야속하게도 쉬지 않고 정확하게 흘러가고, 겪었던 경험은 때마다 다른 결과를 나타내어 믿을 수 없이 간사하니,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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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