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부처님 오신 달에
2022-05-05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5월 (음력으로는 사월), 한국 달력은 오늘이 “어린이날(5/5)”이며 여름의 문턱이라 할 수 있는 “입하” 절기임을 알려줍니다. 사흘뒤에는 “어버이날(5/8)” 이며 “부처님오신날(사월초파일)”이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스승의날(5/15)” 이며, “베삭절(사월보름)”이 되네요. 근로자의날(5/1)과 “성년의날(5/16)”도 있는 등, 기념하고 축하해야 하는 날이 특별히 많은 달로서, 일반인들은 “가정의달”로 부르기도 하지만, 불교도들은 “부처님달”로 삼아 붓다를 기리고 삶의 넓이와 깊이를 더하기도 합니다. 이제 코비드 역병도 차츰 가라앉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황도 거센 불길이 잡혀가는 중으로 보입니다. 어린이와 어버이, 스승과 성인 등, 여러 가지 크고 귀한 인연들을 되새기며, 개인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 공동체가 삶의 가치와 품질 향상을 위한 살림살이를 펼치기 좋은 이 찬란한 계절에, 독자 벗님 여러분들도 건강히 나름 바람직한 뜻을 이루시며 쾌활한 기쁨을 누리시리라 짐작합니다.
부처님 오신 달을 맞이하여, 산승은 지난 초하루에 성안산 금강선원에서 원근 대중들과 더불어 부처님 오심을 기리며 봉축하는 법회를 가졌고, 어제는 사막 가운데 초원 또는 오아시스로 불리는 라스베가스의 학림사 오등선원에서 차이야수도원 태국스님과 함께 기념행사에 참석하여 법문을 베풀었습니다. 내일은 미국의 수도 워싱톤으로 날아가서 초파일에는 법화사의 관불법회에서 설법하고, 그 다음주에는 베삭절에 즈음한 미국국제불교협회 행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달 보름 즉 베삭절 무렵에는 태국 유엔베삭절 행사에 온라인으로 동참하며, 그 뒤부터는 여름 정진을 시작하여 가을까지 안거 수행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아무튼, 산중과 시중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홀로 또는 더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여러 길동무 및 누리벗님들과 소통하고 탁마하며 “깨침과 나눔의 길”을 걸어갈 생각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2646년전 인도북부 히말라야산맥의 한 기슭인 룸비니동산(현 네팔지역)에서 싯다르타가 카필라국 슈도다나왕의 태자로 태어나,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높네!(천상천하유아독존)”라고 외치고, “온세상이 괴로우니 내가 그를 다스리리(삼개개고 아당안지)”라 선언하셨다고 합니다.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 후예들이 기억하고 전하는 의도와 메시지를 거듭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온 우주 가운데 실존하며 그 상황을 인식하고, 자기 살림살이의 책임과 사명을 자각하며 그를 실행하겠다는 스스로의 위대한 다짐을, 우리들도 새삼 음미하며 그 모범을 따라야 하겠습니다. 이는 우리가 느끼는 바, 자기와 세계의 고통과 문제들을, 남을 탓하거나 누가 대신 해결하여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각자가 스스로 주인처럼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남을 위해 처리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성숙한 자세를 갖추라는 권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새천년을 맞이하며 1999년 유엔총회에서, 평화롭고 자비로운 스승이신 석존을 기리고자 베삭절(UN Day of Vesak) 봉축을 결의한 의미를 되새기며, 불교도 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개인 각자를 포함하여 이웃과 더불어 온 세상 생명들의 공존공영을 위한 삶의 길을 어울려 가자고 새삼 다짐하는 기회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붓다가 깨치고 가르치셨듯이, 모든 생명은 다 불성 즉 붓다의 성품을 갖추고 있으니(일체중생 개유불성) 그 본성을 보고 발현시켜서, 우리 모두 석존 붓다와 같이 우주와 한 공동체임을 깨닫고,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일에 나름 동참하려는 큰마음으로 살아가는 큰사람이 되기를 축원하며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 모두 본래 위대한 존재이니, 무명을 밝히고 지혜와 자비의 빛을 펼쳐서, 절대 자유와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빕니다. 그러한 발원의 표현으로 마음의 등불을 밝혀 보시기를! 나무 본사 석가모니불!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