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장들의 언론사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잘한 일은 언론에서 앞서서 크게 내주길 바라지만 조금만 앞뒤 이치를 따지려고 들면 얼굴색을 바꾸고 언론을 기피해버린다. 내 성과는 알려도 좋지만 내 실수나 잘못은 넘어가주길 바란다.
SF한인회가 팬데믹 특수 상황을 이유로 2번, SF한인회관 공사를 이유로 2번, 곽정연 SF한인회장의 임기를 네번째 연장했다. 모두의 일상을 바꾼 팬데믹 공포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이니 임기 연장을 수긍할 만했고, 김진덕정경식재단으로부터 100만달러,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50만달러라는 지원금을 이끌어낸 곽 회장의 공로도 크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1, 2, 3번째 임기 연장때는 언론에 공고문도 내고, 연장절차의 적법성을 어떻게든 설명하는 보도자료도 보내왔지만 지난 4월 11일 이사회에서 4번째 임기를 연장해놓고 아무런 발표도, 공고도 없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곽 회장에게 물었더니 “선거할 수 없는 상황인데 (기자가) 트집을 잡으려 든다”면서 “중간에 공사가 중단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 모두들 나한테 일 잘하고 있다고 한다. 이사들이 (임기 연장을) 결정한 일이니 박병호 이사장한테 물어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에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회관 공사나 한인회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내가 그 역사적인 일에 동참했다는,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건물이 누구 한사람의 업적이 아닌, 우리 모두의 건물이 될 수 있는 것이며, 공동체의 합심으로 이룬 커뮤니티의 진정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4번째 임기 연장도 그렇게 정당하다면 언론이나 커뮤니티에 과정과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그렇기에 기자의 정당한 질문을 ‘트집’으로 받아들이는 곽 회장의 인식은 아쉽다. 곽 회장은 수시로 “나는 일을 잘하고 있다” “모두들 그렇게 말한다”고 자평하면서 기자의 질문을 차단하려고 든다. 이 말은 자칫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라”, “딴지 걸지 말라”로 들릴 수도 있다. 또 “내가 일을 잘하고 있으니 다른 말은 듣지 않겠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사들끼리 결정한 일이니 무조건 옳고, 한인회관 공사가 가장 중요한데 그까짓 임기쯤이야 몇번씩 연장해도 된다고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한인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이사회의 결정이 올바르다면 언론에, 커뮤니티에 제대로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결정으로 인해 싫은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회장 임기가 4번째 연장되면서 선거 자체는 원천 차단되고, 누군가에게는 선거에 나설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그것이 한인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공적기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SF한인회관이 새롭게 리모델링된다는 것을 반기지 않을 한인들은 없다. 모든 과정이 투명하면 결과는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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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