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촬영·음악·출중한 연기가 작품의 분위기를 극대화

2022-04-2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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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음악·출중한 연기가 작품의 분위기를 극대화

형사 데이브(중절모)가 갱스터 빈스에게 경고의 말을 하고 있다. 가운데 여자가 빈스의 애인 데비.

펄펄 끓는 커피가 충격적인 효과물로 사용되는 뛰어난 필름 느와르로 1953 년작 흑백영화다. 감독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잘 만든 명장 프리츠 랭. 거칠고 가차 없는 야수적인 영화로 명암이 뚜렷한 촬영과 불연속적인 음악 그리고 에누리 없는 대사와 출중한 연기가 작품의 살벌한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있다.

정의롭고 과묵한 형사 데이브 배니언(글렌 포드)이 동료 형사의 의문의 자살을 수사하면서 상사로부터 수사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자살한 동료 형사는 시정부 관리들의 부패상을 수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 부패상을 기록한 노트를 손에 쥔 죽은 형사의 아내 버타가 부패사건에 연루된 범죄단의 우두머리 알렉산더를 협박하면서 버타가 사체로 발견된다.

이어 데이브는 알렉산더를 찾아가 그와 정면 대결한다. 그리고 알렉산더의 졸개들이 데이브의 차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차에 타 시동을 건 데이브의 아내 케이티(조슬린 브랜도-말론 브랜도의 누나)가 숨진다.


악에 바친 데이브가 알렉산더 체포에 열을 올리면서 그의 상사가 다시 데이브에게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하자 데이브는 경찰 배지를 내던지고 개인적으로 아내 살해범을 찾아 나선다.

데이브는 알렉산더의 오른 팔 졸개인 빈스(리 마빈)의 애인 데비(글로리아 그램)를 찾아가 아는 대로 고백하라고 윽박지른다. 이를 안 빈스가 데비의 얼굴에 펄펄 끓는 커피를 들어부으면서 데비의 얼굴 반쪽에 흉한 상처가 남는다. 그리고 데비는 데이브를 찾아가 알렉산더와 빈스가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해 털어놓는다.

이어 데비는 빈스를 찾아가 이번에는 자기가 빈스의 얼굴에 끓는 커피를 들어붓는다. 격분한 빈스가 데비를 사살하고 이 때 현장에 도착한 데이브는 빈스를 걸레가 되도록 두들겨 팬 뒤 경찰에 인계한다. 데비는 입고 있는 밍크코트로 얼굴의 흉터를 가린 채 자기를 내려다보는 데이브를 쳐다보면서 숨진다.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뛰어난데 그 중에서도 무지막지한 살인자의 모습을 촌티가 나면서도 냉혹하게 보여준 마빈의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다양한 성격 묘사와 사실적이요 긴박감 있는 내용을 잘 뒷받침 해주는 촬영 등이 돋보이는 명작 범죄영화다. Columbia 작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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