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세상을 밝히듯, 어두운 밤길 나그네에게 불밝혀 가는 길을 일러주듯,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도시들에서, 산중사찰 도심사찰 부처님 도량들에서, 화려하고 경건하게 빛나는 연등행렬이 되살아난다. 3년만이다.
아기부처 정수리에 정안수를 부어주며, 부처님께 꽃과 과일과 곡식 등 육법공양을 올리며, 2,600여년 전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되새기고 우리도 부처님 같이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성스러운 봉축행사에, 몇명 이상 모이면 안된다 집단 식사(공양)는 안된다 전후좌우 간격을 벌려라 마스크를 써라 등 까탈스런 제약들이 더이상 옥죄지 않는다. 3년만이다.
불기 2566년 올해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8일, 양력 5월8일) 봉축법요식이 코로나사태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만에 정상적으로 봉행된다. 특히 봉축행사의 꽃 연등회와 연등행렬이 부활된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최근 연등회/연등행렬 부활을 골자로 하는 올해 봉축행사 진행요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월5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봉축점등식을 신호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연등회가 그 화려한 막을 올리고 4월29일부터 5월10일까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상징하는 전통등이 서울 조계사, 봉은사, 청계천 등 곳곳을 수놓는다. 연등행렬은 4월30일 오후 서울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열리는 전국불자 어울림마당에서 발원해 어둠이 깔리면 흥인지문(동대문), 종로를 거쳐 조계사에서 회향한마당으로 마무리된다. 2020년과 2021년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위험 등 때문에 봉축행사의 꽃 연등행렬이 전면 취소됐고 연등에 불밝히는 행사 또한 사찰단위로 축소됐다. 법회 자체가 축소되거나 비대면 법회로 대체되기도 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올해 봉축행사를 앞두고 대중율동곡 행렬곡 행사곡 등38곡이 수록된 ‘연등회의 노래 13집’을 발매하는 한편 연등회 율동영상 공모전을 여는 등 3년만에 다시 밝히는 연등회 및 연등행렬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최근 올해 봉축표어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Back to the Life of Blossoming Hope)’가 새겨진 봉축 포스터(사진)를 공개했다. 공모전을 거쳐 확정된 봉축표어에는 재작년 초부터 계속된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기원이 담겼다.
샌프란시스코 여래사(창건주 설조 스님) 길로이 대승사(주지 설두 스님)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 등 북가주 한인사찰들도 3년만에 별다른 제약없이 봉행하게 되는 올해 봉축법회가 보다 뜻깊게 회향될 수 있도록 연등만들기 봉축프로그램작성 등 준비속도를 높이고 있다. 산호세 정원사(주지 지연 스님) 카멜 삼보사(주지 대만 스님) 등은 4월 중 연등만들기 육법공양 관불의식 등 준비작업을 차근차근 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일요일이어서 예년처럼 일요법회에 맞춰 앞당기거나 뒤로 미룰 필요 없이 봉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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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