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Caucasus) 3국하면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조지아다. 서양 사람들을 코카시안(caucasian), 즉 코카사스 사람들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 서양인들이 출현해서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기에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인간이란 본래 그러한 것인지 이 코카서스 3국간에는 종교, 혈통, 정부 통치 형태 때문에 조용한 날이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인지 3년 전에 조지아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나이든 사람들이 한가롭게 간단한 식사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고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면 호기심이 발동해서 말을 건네곤 했다. 더구나 나 같은 동양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마침 그때가 스탈린 기념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와 한가롭게 거리를 거닐던 때이었다. 스탈린이 누구인가? 바로 2차 세계대전부터 6.25 전란 때까지 철권을 흔들어댄 독재자가 아닌가. 그가 바로 이곳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러시아에 대해서 어느 정도 프라이드라고 할까, 아니면 어떤 향수라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내가 공산주의를 혐오하기 때문에 쓸 때 없는 이야기를 안 하려 했었다. 그런데 웬걸, 나에게 말을 건넨 나이 먹은 사람들의 러시아에 대한 증오심이 대단했다. 아예 그들은 자기 나라 이름을 러시아식의 발음인 그루지아가 아니라 미국식인 발음 조지아라고 부른다고 설명까지 했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서 길을 거닐며 유심히 살펴보니 거의 모든 간판이 영어로 바꾸어 단 것이 눈에 띨 정도로 미국 영향권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아보니 2008년에 조지아 자국 내에 러시아의 이웃한 접경지역에 러시아 계통의 사람들이 분리 독립을 선언하였고 조지아가 이를 진압하려하자 러시아가 이 분리주의자를 돕는다며 조지아를 침공하여 점령하였고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마침 유럽연합의 의장국인 프랑스가 중재를 하여 러시아 군은 철수하였고 비록 UN 가입이 승인되지 않았지만 ‘남오세티아’라는 나라가 탄생하여 조지아에서 떨어져 나갔다.
바로 이 조지아 내전 상황에 우크라이나를 그리고 남오세티아 대신에 돈바스로 바꾸면 바로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푸틴을 이해 못하겠는 것이 그가 소련의 정보기관 KGB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자기 나라 이름을 그루지아에서 조지아로 바꾸어 불러달라고 까지 하는 조지아 민심을 필경 알았을 터인데 어찌 돈바스 분리 독립을 돕겠다며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 모르겠다. 우크라이나가 조지아를 반면교사를 삼아 조지아처럼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고 침공에 대비하고 있었는지를 왜 몰랐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나는 러시아가 전투에서는 이길 것이다, 그러나 전쟁에는 질 것이라 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유비무환 준비가 국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넘쳐 났는지 아니면 러시아가 우리가 알고 있는 무력 강국이 아닌지 러시아가 전투에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만 미움을 사는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인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완전히 외톨박이가 된 듯하다.
미국의 워싱턴 사람들 중에서 한인들의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캠페인이 상상 밖으로 뜨거워 놀랐다. 여지껏 여러 형태에 모금이 있었는데 이런 호응은 처음인 듯하다. 이를 보면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사의 커다란 획을 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전쟁이란 비극을 인간들이 얼마나 미워하는지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이상 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교훈이 전 세계인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는 말이다. 혹자는 터무니없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 운운 하면서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단언한다. 최소한 얼마간에는 전쟁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류 국가로 오그라들 것이다.
<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