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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에는 엄청난 도전 많아 심장 약한 사람은 못해”

2022-03-18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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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저수지의 개들’ 등 명제작자 로렌스 벤더

“영화 제작에는 엄청난 도전 많아 심장 약한 사람은 못해”

‘저수지의 개들’등 명제작자 로렌스 벤더

쿠엔틴 타란티노의 첫 감독 작품인 피범벅 갱영화‘저수지의 개들’을 비롯해‘펄프 픽션’‘킬 빌’ 및‘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 등 여러 편의 타란티노의 영화들을 제작한 명제작자 로렌스 벤더(64)를 영상 인터뷰했다.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아카데미상을 탄 각본을 쓰고 출연도 한‘굿 윌 헌팅’의 제작자이기도한 벤더는 알 고어 전 부통령의 기후변화에 대한 계몽 기록영화‘불편한 진실’을 제작해 아카데미 기록영화상을 탔다. 올해는‘저수지의 개들’ 개봉 30주년이 되는 해다. LA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벤더는 질문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겸손한 자세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영화 제작에는 엄청난 도전 많아 심장 약한 사람은 못해”

‘저수지의 개들’의 한 장면


-옛날에는 영화 한편의 제작자가 한 명 많아야 두 명이었는데 요즘에는 제작자니 총제작자니 해서 수십 명에 이른다. 그동안 제작자의 위치가 어떻게 변했다고 보는가.

“그런 변화는 매니저가 제작자 노릇까지 하면서 일어난 것이다. 매니저가 점점 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옛날과 달라 영화를 제작하기가 무척 힘들어진 것도 그런 변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작비 조달이 쉽지가 않은데 제작비를 댄 사람들이 총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제작자의 숫자가 늘게 된 것이다. 나는 쿠엔틴의 여러 편의 영화의 유일한 제작자였는데 이젠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다음 제작 영화는 무엇인가.‘킬 빌 3’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


“다음 영화는‘보이즈 인 더 벙크하우스’라는 영화로 현재 출연 배우를 물색 중이다.‘킬 빌 3’을 만드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쿠엔틴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그와 나는 같이 일한지가 꽤 오래되고 그 후로 서로 접촉이 없어 그가 과연 제3편 제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바가 없다.”

-제작자로서 경험한 가장 힘든 도전은 어떤 것이었는지.

“영화를 제작하는 데는 엄청나게 큰 도전이 많아 심장이 약한 사람은 못할 일이다. 내가 제작한 영화들 중에서 무척 힘들었던 것은 브래드 핏이 주연한‘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다. 쿠엔틴이 각본을 완성한 뒤 내게 보여주면서 14주 후에 제작을 종료할 수 있을 것이냐는 주문을 해왔다. 칸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선 14주 후에 촬영을 끝내고 제작 후반작업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제작비도 조달이 안 되고 배우 선정도 채 안된 영화의 제작을 그런 단기간 안에 완료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우린 해냈다. 이렇게 만들기가 엄청나게 힘든 영화는 한 두 편이 아니다.”

-당신은 환경 보호론자 이기도 한데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그 것은 내 삶의 한 큰 부분이다. 내가‘불편한 진실’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었다. 내가지금 나의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는 일이 이 지구 온난화와 기상 위기다. 이와 함께 핵 확산 방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환경보호에 관해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때론 일 년 동안 영화 제작을 중단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일을 하가도 한다. 사람들이 기상 위기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깨달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계획도 하고 있다.”

-‘저수지의 개들’이 나온 지 30주년이 되는데 소감이 어떤가.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을 생각하면 다소 슬프다. 지나간 내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하니 쓸쓸한 마음이다. 그 영화는 비록 소품이긴 하지만 우린 만들 때 무언가 특별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수지의 개들’을 만들 때만해도 당신은 고물차를 몰고 쿠엔틴은 버스를 이용했다고 들었다. 영화 제작비를 조달하려고 동분서주 할 때 누군가가 50만 달러를 줄 테니 자기 애인을 영화에 출연시켜 달라고 제의했다는데 돈이 모든 것이다 시피 한 할리우드에서 그 것의 유혹을 어떻게 피 할 수 있는가.

“돈의 유혹이란 우리 모두가 받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 제의를 받고 쿠엔틴과 나는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었었다. 전부가 남자들인 갱에 여자 하나를 포함시켜도 괜찮겠다고 까지 고려하다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영화 제작비가 없는 빈털터리가 되면 그런 유혹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제작비를 댄 사람으로부터 이런 저런 요구 사항이 들어오게 마련인데 그런 압력은 오히려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게 되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쿠엔틴이 내게 ‘저수지의 개들’의 연출을 맡긴 이유는 내가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그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가.

“나는 세상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부자이긴 하지만 결코 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부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미국의 경기 침체 때 성장해 나도 모르게 돈 걱정이 마음속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내 처지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은 내 아이들을 위해서 쓸 때다.”

-당신은 현대 영화의 산 역사와도 같은 사람인데 자신의 경험과 얘기들을 후에 책으로 쓰기 위해 메모로 남겨 놓기라도 했는가.

“유감스럽게도 적어 놓은 메모가 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한다. 내 경험을 책으로 쓰기 위해 과거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그들로부터 내 얘기를 듣고 적어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결코 밝혀서는 안 될 것들도 많지만 나는 흥미진진한 경험과 얘기들을 갖고 있다. 사람들을 고무시키고 또 그에 대해 함께 얘기할 만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성적 학대로 일부 형을 받고 또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과 친한 사이였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그에 대해선 공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다만 그와의 관계는 때로 내 생애 최고의 경우일 때도 있었고 또 때로는 최저의 경우일 때도 있었다. 난 그를 지금의 경우에 처하게 만든 일들을 그가 저질렀다는 것을 전연 몰랐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그와 관계를 맺으면서 때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최악의 경험도 겪어야 했다.”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에서 사악하고 간교한 나치 장교 란다로 나와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크리스토프 월츠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 역의 배우를 뽑기 위해 목요일에 독일에 도착, 이틀 동안 많은 응모자들을 접견했는데 그 중에는 훌륭한 배우들도 있었지만 우리의 마음에 차진 않았다.특히 쿠엔틴은 매우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란다야 말로 쿠엔틴이 만들어낸 가장 개성이 뚜렷하고 뛰어난 인물이다. 이어 일요일 아침부터 우리 둘이 후보자들을 만났는데 두 번째 들어온 사람이 크리스토프 월츠였다. 그리고 그가 자기 대사를 읽었을 때 쿠엔틴과 나는 책상 밑에서 우리들의 다리를 서로 차기 시작했다. 이어 크리스토프가 방을 나간 후 나는 흥분해 쿠엔틴에게 ‘왜 그를 당장 뽑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쿠엔틴이 ‘한 주만 더 기다려보자’고 대답했다. 그래서 한 주 동안 다른 배우들을 만나봤지만 크리스토프를 따라올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 역은 오직 크리스토프만이 할 수 있는 역이었다. 결국 그는 이 역으로 아카데미상을 탔는데 크리스토프가 나타난 것은 하나의 업과도 같은 일이었다. 크리스토프가 없었다면‘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도 없었을 것이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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