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책으로 거듭난 성철 스님 선문정로
2022-03-10 (목)
정태수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해인총림 초대방장과 조계종 7대 종정 등을 지낸 성철 스님은 (1912~1993)은 왜색불교에 물든 한국선풍 진작을 위한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고 장기간 장좌불와를 실천하며 불타답게 사는 본보기를 보이며 한국선종을 대표하는 선지식 중 한명으로 또렷이 각인됐다. 스님이 육신을 벗은 지 30년째인 올해도 추모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불자 아니라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스님의 어록 하나쯤은 외우고, 친견을 원하는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3,000배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전설적 일화 몇개쯤은 관용구 비슷하게 입에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문정로(禪門正路). 스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마음공부 책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스님이 탈고를 마친 뒤 “부처님께 밥값을 했다”고 자평했다는 책이다. 한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선문의 돈오법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1981년에 간행한 불교서요 법어집이다. 경론과 성서 60여권을 인용해 서언과 19장으로 압축한 선문정로의 핵심을 대백과는 “즉 견성(見性)함이 곧 성불(成佛)이므로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직 화두를 참구하여 자나 깨나 한결 같이 화두의 의식 속에 있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정리한다.
문제는 선문정로가 어지간한 스님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하여, 좋다는 소문은 무성한데 또 비록 더딜지언정 그걸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길 줄 모르는데, 정작 선문정로를 다 읽었다는 이들은 쉽게 찾기 어렵다.
제자들이 모였다. 쉽게 풀어쓰기로 했다. 1990년 3쇄 때, 원문에다 번역과 평석을 달아 읽는 이의 번거로움을 다소나마 줄였다. 2006년의 변신은 더 파격적이었다. 묵직한 제목 선문정로를 버리고 “옛거울을 부수고 오너라”로 깜짝변신을 했다.
최근에 더 쉬워진 ‘정독 선문정로’이 출간됐다. 동의대 중국어학과 강경구 교수가 한문투 번역문을 우리말과 우리글에 맞춰 다시 다듬고 각 장마다 설법의 맥락과 특징을 짚으며 선문정로의 인용문을 상세하게 분석한 책이다. 강 교수는 선문정로 해설서를 내기로 마음먹은 뒤부터 성철 스님을 따라 하고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실천하며 10여년에 걸친 ‘성철 스님과의 여정’ 정독 선문정로으로 마무리지었다. 책을 감수한 이는 원택 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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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