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해가 안 되는 푸틴

2022-03-08 (화) 06:32:09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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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였다. 개전 2-3일이 지나서 친지들과 점심을 했었는데 그 중 한명이 나의 말을 믿고 주식을 안 팔아서 손해를 보았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해서 좀 머쓱했었다.
허를 찔렸다고 해야 할까? 좌우간 나의 예상이 틀렸다. 그런데 나의 판단이 틀린 것에 대해서 그 판단이 두 가지의 다른 반대의 경우로 인하여 틀렸다고 봐야 한다.
하나는 푸틴이 상식을 훨씬 벗어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쟁을 일으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던 경우이겠고, 또 하나는 아주 멍청이 같은 생각으로 전쟁을 일으켰을 경우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추세로 보아서 두 번째 경우 즉 멍청이 짓인 듯하다.

30여 년 전에 방영된 션 코널리가 주연한 스릴러 영화 ‘레드 옥토버(Red October)’가 생각난다. 당시 모든 관객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에 대해서 무심하게 지나쳤지만 잠수함 레드 옥토버의 함장이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자기의 부인이 러시아 병원에서 부당하게 처우를 받고 죽자 소련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는 동기가 되었다는 줄거리이다. 이 영화에서 보듯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고 살았고 마음속 깊이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고 본다.

또 하나 나는 비교적 크루즈 여행을 많이 했다. 당연히 크루즈 선박에서 방 청소하는 사람, 식당에서 서브 하는 사람 등을 보게 된다. 장담컨대 이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권에서는 필리핀, 그리고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다. 이 크루즈 선박 종사자들은 보통 6개월 근무하고 2개월 정도 귀국 휴가를 갖고 다시 승선한다. 이 말은 6개월 근무하고 귀국하는 종사자들이 고향에 가서 서방 세계를 어떻게 소개할까, 러시아와 비교해 가며 무슨 말을 할까. 너무나 뻔한 이야기일 것이다.


푸틴이 정보기관 KGB 출신으로 독일에서 근무까지 한 경험,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소련이 해체되는 악몽을 경험한 그가 어찌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바닥 정서를 읽지 못하고 그리 무모한 침공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오늘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9일이 넘었다. 예상을 깨고 러시아 군이 고전하고 있다. 다시 나의 상식적인 판단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예상되는 결과는 초기 계획하였던 초기 목적대로 점령 후 친 러시아 괴뢰정권 수립 같은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아마도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정도에서 체면을 세우며 전쟁을 끝낼 것 같다.

긴 안목으로 보아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전투(Battle)에서는 이길지 모르겠으나 전쟁(War)에서는 패배하고 어쩌면 러시아란 군사 강국이 그냥 2류 국가로 전락할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러시아는 인구 1억4천4백만 명, 국민 일인당 소득 11,000달러다. 반면 한국은 인구 5천만, 국민소득 31,000달러이다. 비록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적으로 우세할지 몰라도 한국보다도 국력이 떨어지고 있다. 거기다가 민주주의 국민과 독재 공산주의의 국민들의 격이 다르고 힘이 다르다. 총체적으로 보아 한국보다도 못한 나라라는 말이다. 이러한 러시아가 무리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니 결과는 뻔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를 말하여야겠다. 나는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반갑고 이러한 세계인들의 인식이 너무나 고무적이다.
또 이러한 현상이 중국이나 북한 정권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한국 국민도 중국이나 북한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우기를 기대 한다. 가족을 국경 너머로 피란시키고 나는 국토를 지키겠다고 전선으로 향하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신의 가호를 빈다. 우크라이나 그리고 민주주의여 영원하라.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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