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오륙년간 북가주 한인불교 재가단체 가운데 가장 꾸준하게 활동해온 둘을 꼽자면 응당 수선회와 불자산우회가 될 것이다. 수선회가 뜻밖의 경계에 부닥쳐 한때 존폐위기까지 몰렸던 것에 비하면, 2006년 동갑내기 산우회는 그런 시련 없이 ‘공부되고 힐링되는 발품’을 이어왔다, 작년 늦여름 혹은 초가을까지는.
이후 달라졌다. 수선회 도반들은 정해진 날 정해진 곳에 모여앉아 혹은 함께 걸으며 다시 참선의 맛에 스며드는데, 산우회 도반들이 산으로 공원으로 바닷가로 다녀온 발자국들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언제 어디로 간다는 공지도 없다. 붐비지는 않아도 늘 산우회 도반이 다녀간 인기척과 온기가 남아있던 다음카페(cafe.daum.net/namooamitabool)마저 빈 카페나 다름없다.
지난 20일(일) 오후 4시쯤, 혹시나 싶어 또 카페에 들렀다. 역시나였다. 카페지기도 회원수도 그대로인데 기자 때문에 방문자수만 0명에서 1명이 됐다, 지난 두어달간 가끔 들를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알림방’의 산행안내는 무문 신규영 회장이 지난해 7월13일에 올린 ‘미 남서부 특별산행 안내’가 마지막이다. 북가주 어디라도 다녀오면 풍성한 사진과 알뜰한 사연을 남겼던 전례에 미뤄, 9월1일부터 12일까지로 예고된 이 산행은 무산된 듯하다. 아무 흔적이 없다.
‘나도한말씀’은 무려 재작년 1월3일에 카페지기가 올린 “경자년 (庚子年) 새해 인사드립니다!”가 마지막이고, ‘산행 이바구’ 역시 재작년 2월6일 올려진 천사대교/승봉산(올린이 ‘풍운아’) 이야기가 마지막이다.
‘최신글’ 코너에서는 달오 이창석 거사가 올린 작년 12월3일자 “LA. Thanksgiving, 영화”란 글이 마지막이다. 수선회 회장인 이 거사는 이 때까지 몇 달간 가장 꾸준한 최신글 필자였다. 이전에는 산우회 신 회장이 그랬다. 그러다 차례로 멈췄다. 이 코너 저 코에 산우회 도반이거나 산우회와 인연맺은 이들이 쓴 마지막 글 빼고 누군가 걸어놓은 글들은 죄다 무슨 개인회생 상담, 로또관련 등 생뚱맞은 것들이다, 최근에 올라온 단 하나만 빼고.
그래서다. 추측성 말이 살짝 돌았다, “혹시 이러다 산우회도...” 같은.
그런데다. 봄 오는 줄도 모르고 겨울잠에 곯아떨어진 줄 알았던 산우회가 문득 꿈틀거렸다. 최근에 올라온 단 하나, 지난 2일 카페에 배달된 편지 한통 덕분이었다.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박진환-오은정 부부가 잠자는 늦둥이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사진)을 곁들여 과거 산우회 산행에 참여했던 인연 등을 상기하며 인사를 남겼다. “...2022년 눈사람 회원분들과 가족분들 모두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2022년 내내 건강, 행복, 행운이 항상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카페지기(han)가 바로 다음날 댓글로 반겼다. “임인년 새해에는 원하시는 모든 것을 이루시길 바라며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일 현재, 조회수 11회. 한창 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사실상 지난 ‘여름에 시작된 겨울잠(?)’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산우회가 살아있음을, 앞으로 더욱 살아날 것임을 예고하는 반가운 부스럭거림으로 봄이 마땅하지 않을까. 산우회 도반들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산길 따라 다시 걷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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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