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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투혼과 집념으로 최후 승리…사랑·갈등 그린 수작’

2022-02-18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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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자토펙의 전기영화 ‘자토펙’ 감독·주연 배우 공동 인터뷰

‘불굴의 투혼과 집념으로 최후 승리…사랑·갈등 그린 수작’

감독 데이빗 온드리첵

‘불굴의 투혼과 집념으로 최후 승리…사랑·갈등 그린 수작’

자토펙 역의 바클라브 뉴질



‘불굴의 투혼과 집념으로 최후 승리…사랑·갈등 그린 수작’

아내 역의 마르타 이소바



‘체코의 기관차’로 불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육상선수 에밀 자토펙의 전기영화 ‘자토펙’(Zatopek)에서 자토펙으로 나온 바클라브 뉴질(42)과 그의 아내로 역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다나 자토프코바 역의 마르타 이소바(40) 그리고 영화의 감독 데이빗 온드리첵(52)을 공동으로 영상 인터뷰했다. 자토펙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단 1주 만에 5,000m와 10,000m 그리고 마라톤 등 각기 다른 3개의 육상경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타 체코의 국민영웅 대접을 받았는데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 체코영화인 ‘자토펙’은 자토펙의 불굴의 투혼과 집념 그리고 극단적인 훈련 과정을 통한 최후의 승리와 함께 올림픽 투창선수인 아내 다나와의 사랑과 갈등을 폭 넓게 다룬 수작이다. 바클라브와 마르타는 각기 체코의 프라하 자택에서 그리고 데이빗은 영화 홍보차 들른 LA에서 인터뷰에 응했는데 데이빗과 마르타는 부부다.


‘불굴의 투혼과 집념으로 최후 승리…사랑·갈등 그린 수작’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육상선수 에밀 자토펙이 결승선을 들어서며 기뻐하고 있다.



-영화는 체코에서 빅히트를 했다고 들었는데.

“엄청나게 성공해 행복하기만 하다.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함께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체코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성공작품이어서 아직도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어리둥절하다”(데이빗)

“데이빗과 마르타와 함께 이렇게 훌륭한 작품의 한 부분이 된 것에 행복할 뿐이다.”(바클라브)

“나도 이런 위대한 영화가 성공하는데 일조를 하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다”(마르타)

-달리기를 비롯해 육상종목에 능하며 또 관심이 깊은지.

“나는 잘 달리지도 못하고 또 육상 종목에 능하지도 못하지만 스포츠를 사랑한다.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단순히 달리기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스포츠를 통해 내가 경험한 것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데이빗)


-자토펙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아 그 역을 맡기로 했는가.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든다. 나는 테니스와 아이스하키 등의 스포츠를 하지만 지구력이 필요한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면서 지구력을 키워야 했다. 그리고 장거리 경주는 주자 자신과의 투쟁이며 그의 내면의 힘과 에너지와의 투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것을 깨닫는 것이 자토펙을 제대로 표현하는 첫 단계였다. 그의 삶은 힘든 것이긴 했지만 멋진 것이기도 했다. 그를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이 자토펙이 1948년 친구에게 쓴 편지들을 읽어본 것이었다. 그는 위트와 총명성을 겸비한 놀랄 만큼 훌륭한 사람으로 사람들 앞에서는 장난을 즐기고 농담도 잘 했지만 혼자 있을 땐 매우 예민하고 상처 받기 쉬우며 또 취약한 점도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편지를 읽고 알았다.”(바클라브)

-올림픽 영웅인 자토펙의 삶을 진실하고 사실적으로 만들려고 어떻게 준비했는가.

“그의 삶을 감독의 뜻대로 해석하기보다 어디까지나 사실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진실을 얘기하고자 했다. 단순히 그의 드라마 뿐 만이 아니라 그에 관한 모든 정보와 감정적인 면에서까지 사실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에 관한 기록영화를 보고 그를 알았던 여러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그의 아내 다나(2020년 사망)를 만나 얘기를 나눈 것이었다.”(데이빗)

-영화를 어디서 찍었는가.

“헬싱키 올림픽을 최대한으로 재생하려고 헬싱키의 올림픽 경기장에서 찍으려고 했지만 경기장이 재건축 중이어서 체코의 사우스 모라비아에서 옛 모양의 경기장을 짓고 찍었다.”(데이빗)

-다나를 연기한 경험은 어땠는가.

“다나의 자토펙과의 삶은 씁쓸한 것이었다. 다나는 비록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지만 늘 자토펙의 그늘 밑에서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나는 올림픽 훈련 과정에서부터 자토펙과 다른 대우를 받았다. 다나의 가족이 부르주아여서 1950년대 공산 정권 하에서 다나는 작업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투창 훈련도 점심을 거르면서 축구경기장에서 했다. 투창은 그 때만해도 동 동유럽에서는 막 시작된 경기로 다나는 그 부분의 개척자였다. 반면 빈곤층 출신이자 이미 달리기 종목에서 신기록을 낸 자토펙은 국민영웅으로 특혜를 받았다. 다나는 아주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다음은 내가 만난 다나가 들려준 얘기다. 다나는 금메달을 타고도 축하 파티에 가지 않고 밤새 깨어 있다가 새벽 5시께 산책을 나가 해가 뜰 때쯤 한 호수에 도착해 해돋이를 보면서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다나는 그 기쁨을 평생 지니고 살았으리라고 생각한다.”(마르타)

-자토펙을 연기하면서 경험한 가장 감격적인 때는 언제였는지.

“올림픽 경기장의 마라톤 경기 결승점을 향해 달려들어 올 때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자토펙, 자토펙’하며 함성을 질렀는데 그 것이 연기하는 가짜라고 믿어지질 않았다. 그들의 몸동작과 눈들에서 그들이 내가 경기에서 진짜로 이겨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함성을 들으면서 내 안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을 감지했다. 이루 말 할 수 없이 감동적인 순간으로 자토펙도 그런 감격을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자토펙이야 말로 보통이 아닌 사람으로 그는 단순히 자기 시대의 최고의 육상선수가 되기를 바란 사람이었다기 보다 그저 행복하기를 원했던 사람이었다. 그 함성을 듣는 순간 그는 정말로 행복했을 것이다.”(바클라브)

-당신들이 올림픽 선수들이라면 어느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은가.

“달리기다”(마르타)

“난 지구력이 없어 장거리 경주는 못 하겠고 200m와 400m 경주에서다.”(데이빗)

“난 수모경기에 나가 보겠다‘(바클라브)

-투창 훈련 과정이 어땠는지.

“투창은 육상경기 중 가장 고되고 힘든 종목이다. 난 달리기도 제법 잘 하고 테니스도 치는 스포츠 애호가이긴 하지만 투창은 해본 적이 없다. 투창이 너무 힘들어 심각한 좌절감에 빠졌는데 그로 인해 배운 점이 인내라는 것이었다. 투창은 손의 힘으로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그 힘은 다리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서실을 배웠다. 그리고 이런 힘든 훈련을 통해 나는 다시 내 몸을 사랑하게 됐고 내 삶도 풍요로워졌다. 힘들었지만 굉장히 멋진 경험이었다.”(마르타)

-자토펙을 연기하면서 그로부터 배운 점은.

“그에 관한 책과 비디오를 섭렵했지만 그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다가 한 책에서 그 길을 찾을 수가 있었다. 자토펙이 14세 때 고등학교 입시 면접 때 ‘너는 장차 무엇이 되고 싶으냐’라는 질문에 ‘나는 내 자신의 주인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을 보고 그가 원하는 것은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기만을 바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행복을 19세 때 시작해 사랑하게 된 달리기에서 찾아냈다. 행복은 모두가 추구하는 것이지만 결단력이 강한 특별한 사람들만이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그는 이 결단력으로서 자기 가족의 역경과 가난과 굶주림을 극복하고 꿈을 이룬 사람이다. 나는 코치와 함께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머리에 내내 자토펙의 이런 결단력을 되새기면서 달렸다. 배우로서 뿐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가르침이란 네 인생에 있어 매 순간을 네 자신이 되라는 것이다.”(바클라브)

-다나로 부터 배운 것은.

“그는 개인의 자유가 말살된 사악한 체제 하에 살면서도 자기 꿈을 버리지 않고 이룬 사람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지금 풍요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를 잊곤 한다. 자유는 조심스럽게 써야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매일에 감사하라는 것이다. 자유인들인 우리는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건설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진력해야 한다.”(마르타)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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