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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고 매력적이며 역동적인 전설적 영화인’

2022-02-11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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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어 클라크워크 오렌지’ 주연 배우 말콤 맥도웰

‘카리스마 넘치고 매력적이며 역동적인 전설적 영화인’

‘어 클라크워크 오렌지’ 주연 배우 말콤 맥도웰

‘카리스마 넘치고 매력적이며 역동적인 전설적 영화인’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1971년)


‘스파르타커스’와 ‘2001: 어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같은 명작을 만든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정치·사회 비판영화로 블랙 코미디인 ‘어 클라크워크 오렌지’(A Clockwork Orange·1971)의 개봉 50주년을 기념, 영화에 주연한 영국배우 말콤 맥도웰(78)을 영상 인터뷰했다. 안소니 버제스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가까운 미래가 시간대로 알렉스는 카리스마가 있는 사악한 반사회적 인물인 갱 우두머리로 나와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데 지나친 폭력과 노골적인 성적 장면 때문에 상영 당시 큰 논란거리가 됐었다. 영국에서 영화의 폭력을 따른 모방범죄가 일어나자 큐브릭의 요청에 의해 상영이 중단 되었고 일부 나라에서는 아예 상영금지 조치를 당했으나 지금은 명작 컬트영화로 남아 있다.‘오 럭키 맨!’‘타임 애프터 타임’‘할로윈’ 같은 영화에 나온 맥도웰은 매력적이요 역동적이며 전설적인 영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질문에 유머를 섞어가며 밝고 상냥하게 대답했다. 맥도웰은 LA에서 북쪽으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휴양도시 오하이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스탠리 큐브릭과 같은 전설적인 명장과 함께 일한 경험은 어떤 것이었나.

“촬영이 끝나고 편집과정에서는 우리 둘 사이에 이견이 있었으나 촬영은 정말로 멋진 경험이었다. 난 스탠리와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겼고 또 그를 사랑했다. 스탠리와 이견이 컸었다면 이런 영화가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비교적 젊은 배우로서는 참으로 훌륭한 경험이었다. 영화가 개봉되면서 사람들은 영화의 진수는 깨닫지 못하고 폭력성만 얘기했는데 그 폭력은 당시 사회상을 나타낸 것뿐이었다. 물론 영화가 심리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크게 혼란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현재에도 특히 젊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정치적 시사가 가득한 작품의 내용이 시간대를 초월한 것이자 어둡고 짓궂은 유머를 지녔기 때문이다. 버제스의 소설은 강렬한 힘을 지녔는데 그런 내용을 스탠리는 영상으로 훌륭하게 옮겼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알렉스는 검은 중산모자에 긴 속 눈썹을 하고 아래위로 모두 하얀 옷을 입고 멜빵을 했는데 그런 패션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촬영이 시작되기 전 스탠리의 집에 들르곤 했는데 어느 날 그가 내게 영화에서 어떤 옷을 입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난 미래의 얘기여서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가 내게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청바지에 티셔츠와 크리켓 게임 할 때 입는 옷이라고 말했더니 게임 용 옷을 입으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백색 옷을 입게 된 것이다. 긴 속 눈썹은 내가 미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렀다가 발견한 것인데 스탠리가 그 것을 눈에 단 나를 사진으로 찍어 보고 마음에 들어 영화에서도 달고 나왔고 중산모자는 도시의 신사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비웃음을 상징한다.”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두 전설적인 여배우 제인 폰다와 릴리 톰린이 주연하는 블랙 코미디 ‘무빙 온’이다. 영화에서 두 배우는 내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한 아내의 대학 동창생으로 나와 그들이 대학생일 때 내가 두 사람에게 행한 악행에 대해 복수를 시도하면서 온갖 해프닝이 일어난다. 폴 와이츠가 감독하는데 난 지금 영화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다. 두 베테란 여배우는 아주 멋진 연기를 한다.”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감독은 누구인가.

“난 늘 독불장군 식으로 나오는 영화를 골라 흥행성이 없는 영화지만 내 마음에 들면 출연한 것들이 많다. 이런 중에도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감독은 내가 나온 ‘이프’와 ‘오 럭키 맨!’을 감독한 린지 앤더슨이다. 그는 천재로 정말로 멋진 감독이자 친구였다. 스탠리도 천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린지는 인본주의자이자 인간 조건을 사랑한 반면 스탠리는 풍자가로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또 믿지도 않았다. 둘은 다 위대한 예술가였지만 정 반대였다. 난 린지 때문에 비교적 영화계에서 빨리 성공한 셈이다.”

-어떻게 ‘어 클라크워크 오렌지’에 나오게 되었는가.


“스탠리의 미망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스탠리가 집의 시사실에서 부인과 함께 ‘이프’를 봤는데 내가 등장하는 첫 장면을 보면서 대뜸 ‘알렉스를 찾았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어느 날 한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데 스탠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의 집엘 갔더니 버제스의 소설을 주면서 읽어보고 자기에게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책을 세 번 읽었다. 처음에는 내용을 이해 할 수가 없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 책의 단어들을 이해하면서 굉장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세 번째 읽으면서 알렉스 역이야말로 대단한 역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스탠리에게 전화를 했다.”

-이 영화가 특히 젊은 층의 큰 인기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알렉스의 무정부적 태도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알렉스가 사랑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폭력적이면서도 클래식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알렉스는 특히 베토벤을 사랑하는데 음악은 그의 구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이 영화가 빅히트할 줄은 몰랐다. 기이할 정도로 젊은이들이 좋아했는데 영화에 대한 그런 반응에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영화가 개봉 된지 두 주 밖에 안됐는데 런던 거리에서 알렉스와 같은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젊은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화가 나오자 사람들은 폭력과 약물과 구타를 놓고 마치 우리가 폭력과 약물을 만들어낸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갱영화가 아니듯이 이 영화도 폭력을 찬미한 갱영화가 아니다.”

-스탠리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그는 여러 방면에서 진짜로 특별난 사람이었다. 그는 그 누구도 못할 모든 장르의 영화들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으로 당시만 해도 만화에서나 있음직한 우주영화인 ‘2001:어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만들었다. 이 영화가 없었더라면 ‘스타 워즈’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뛰어난 개혁자로 ‘샤이닝’과 같은 공포영화를 만들었고 로맨틱한 시대극인 ‘배리 린든’도 만들었으며 또 반전영화인 ‘패스 오브 글로리’를 만든 뛰어난 감독이었다. 나는 그와 사이좋게 지냈는데 이는 그가 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이견도 있었지만 나는 그에 대해 따스한 기억을 지니고 있다. 그는 도전적이요 예술적이며 또 흥행성도 있는 영화들을 두루 만들었는데 이런 일은 보기 드문 것으로 스탠리 외에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스필버그뿐이다. 그는 제작자요 감독이며 각본에도 참여했는데 카메라 등 기술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연기는 배우들에게 맡겼다. 내가 어느 날 그에게 이 장면에서는 어떤 연기를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면서 그 것을 알기 위해 너를 고용한 것이라고 대답하더라.”

-영화가 예언적 의미를 지녔다고 보는지.

“예언적 의미와 함께 당시 사회상을 진실로 반영하는 작품이다. 뮤직 비디오에서 데이비드 보위와 마돈나도 알렉스와 같은 복장을 했듯이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사회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그런 작품의 한 부분이 된 것이 행복할 뿐이다. 그런데 영화가 나왔을 때 누군가 내게 이 영화가 50년 후에도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난 웃고 말았을 것이다.”

-당신의 자녀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기라도 했는가.

“난 내 영화를 내 아이들과 함께 보질 않는다. 난 결코 내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질 않는다. 그들이 보고 싶으면 자기들이 찾아볼 것이다.”

-이 영화를 누군가 신판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생각 하겠는가.

“왜 아직도 신판이 안 만들어졌는지 놀라울 뿐이다. 물론 스탠리의 위대한 걸작이어서 어떤 감독도 감히 신판으로 만들길 꺼려하겠지만 스필버그가 누구도 생각 못 했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신판을 만들었듯이 그 누군가가 이 영화를 신판으로 만들어도 난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가 심한 검열조치를 당했고 또 여러 나라에서 상영이 금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영화 뿐 아니라 폭발적인 정치적 의미 때문에 ‘이프’도 여러 나라에서 상영금지조치를 당했다. 모방범죄로 인해 스탠리의 요청에 따라 ‘어 클라크워크 오렌지’가 영국의 극장에서 상영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파리로 여행을 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질이 아주 나쁜 해적판 비디오를 봐야했다. 난 일부 내 영화가 상영금지조치를 당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당신이 재정적으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인지.

“이혼이다.”

-당신은 ‘할로윈’을 비롯한 몇 편의 공포영화에 나왔는데 공포영화 팬인가.

“나 같은 얼굴을 한 사람에게는 공포영화 출연 제안이 들어오게 마련이다. 공포영화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막상 보자면 겁이 난다. 보다가 무서워서 자리를 뜨곤 한다. 그런데 곧 난 또 다른 공포영화에 나올 예정이다.”

-스탠리에 대해 사람들이 모르는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매우 어둡지만 대단히 유머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 진짜로 우스운 것을 보면 손수건을 입에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면서 웃곤 했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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