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들의 탈출

2022-01-17 (월) 07:12:18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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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무리 지어 하늘의 숲으로 날아가고 있다

모든 새가 사라져가는 추운 겨울날 
연못가  잔디밭에서 
상처 입은 다리를 올리고 외롭게 서 있는 
새 한 마리 
 
누가 있을까 
고개 들어 호수를 바라본다 
모두가 떠나버린 숲 속을 헤매고 있다 
날개 다친 새는 홀로 호숫가 수풀 속에 남아 
두리번거리고 있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친다 
풀밭 가운데서 서로 외로웠다 
하늘 아래 찬바람이 불어오고 
또 불어오고 


깊은 물속을 굽어보면서   
한쪽 다리를 너에게 줄 수 있다면 
푸른 하늘을  쳐다보면서 
한쪽 날개를 떼어 너에게 줄 수 있다면 
나를 버리고 떠나겠다고...

새들이 떠나간 호수에는 그림자만 둥둥 떠 있다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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