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0일 미시간 주에 있는 옥스퍼드 고등학교에서 10학년 학생이 교실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죽고 7명 이상이 다쳤다. 경찰은 아무런 저항 없는 범인을 검거하고 그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별다른 발표 없이 항상 그래왔듯이 조용히 묻혀가고 있다.
매년 총으로 인해 학교에서만 1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온다. 12분에 한 명꼴로 총으로 사망하고 있는 미국이라 학교 총기사고는 그저 빙산의 일각처럼 생각되는지 어린아이들이 그저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으로 힘없이 죽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난감처럼 놀다 장난감 인형처럼 스러지는 이러한 현실을 그 누구의 잘못이라 생각하는가?
미국의 인구가 3억3,000여 명인데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가 인구보다 많은 4억정 정도 된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4%인 미국인의 총 소유는 전체의 42%를 차지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 총 구입 절차가 그만큼 쉽기 때문이다. 1인 1권총 이상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사고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올 한 해만 해도 4만 명 이상이 총으로 인해 사망했고 그중 11세 미만은 282명, 12-17세 청소년은 1,118명에 이른다.
희한한 일은 미국에서 술은 21세가 되어야 살 수 있고 담배는 18살이 넘어야 구매가 가능하지만 총을 구입하는 절차는 너무도 쉽게 그 안전망이 뚫려있다. 주별로 차이가 나겠지만 대체로 사냥용 장총은 18세 이상, 일반 권총은 21세 이상이면 간단한 신원조회를 거쳐 구입할 수 있다. 신원조회에서 중범죄자나 마약중독자, 정신이상자 등과 같은 기록만 나오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탈 때는 ID(운전면허증) 조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는 국내 비행기도 타지 못하는 현시점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살상무기는 이렇게 간단한 절차로 구매할 수 있는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총을 사는 일은 담배나 술을 사는 것보다 10배는 쉬운 일이라고 한다. 투표할 때도 유권자등록이 까다롭기도 하고 등록을 하지 않으면 당일 투표를 하지 못하는 반면, 총은 당일 구매가 가능하고 그날로 내 소유가 된다. 한마디로 마트에서 껌 사는 일처럼 쉬운 일이고 심지어 생일선물로 아이들에게 이쁘게 디자인 된 권총을 사주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사격연습을 하기도 한다. 모두 ‘나를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 여론이 들끓는다. 하지만 여전히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법은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수정헌법 2조에 의거,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국인 다수가 존재하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공화당에서는 총 소지가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절대 흔들릴 수 없는 것인 양 더욱 확고하게 붙들고 있다. 바이든 정권으로 교체될 때 총기규제가 강력해질 것을 대비해 전국적으로 총 구입이 증가했음을 보면 총이라는 것이 한 개인이 갖는 소장품, 그 이상의 무엇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코로나가 자연재해라 치면 총은 분명 인재다. 미국인 대다수는 ‘네가 총이 있으니 나도 있어야 안전하다’며 총 소지의 정당함을 말한다. 하지만 있기 때문에 위험의 빈도수가 훨씬 높다면 당연히 모두가 없어야 맞는 말이다. 그래야 안전한 환경에서 우리의 젊고 이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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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