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되돌아본 북가주 한인사찰 2021년

2021-12-23 (목) 정태수 기자
크게 작게
되돌아본 북가주 한인사찰 2021년

이밖의 사찰 두곳은 소통이 여의치 않았다. 재가단체 등의 2021년을 돌아보는 기사는 오는 30일자에 게재된다. <정태수 기자>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올해도 코로나(코비드19)의 횡포는 사나웠다. 살벌했다. 그게 아니라도 장기불황과 탈종교화로 어려움을 겪던 북가주 한인사찰들은 코로나까지 더해진 3중고에 무던히도 허덕였다. 법회 같은 모임은 대폭 축소 내지 폐지됐다. 자연히 신도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덩달아 사찰들의 살림은 홀쭉해졌다. 마리나시티 우리절은 개원 2년여만인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그렇다고 우울뉴스만 가득했던 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여래사는 지난해 8월 말 광전 스님 귀국 이후부터 올해 초반까지 이어진 스님 공백에서 벗어났다. 속리산 법주사에 주석중인 창건주 설조 스님이 돌아온 덕분이다. 1980년 10.27법난 즈음에 여래사를 열어 북가주 한인사회의 중심사찰로 키워낸 설조 스님은 연로한데다 효율적인 종단개혁운동 등을 위해 한국에 머물렀으나 광전 스님 후임자를 찾는 일이 여의치 않자 몸소 여래사로 날아왔다. 그러나 스님의 체류는 한시적이다. 여래사의 주지 찾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중순에 왔던 대청 스님은 두달반만에 한국으로 돌아갔다.

리버모어 고성선원은 UC버클리 박사 출신의 진월 스님이 동국대 교수 정년퇴직 뒤 2016년에 세운 산중 도량이다. 리버모어 고성선원은 대중법회에 의존하지 않은 까닭에 코로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지난해 여름~가을 대형산불 때 전소위기에 놓여 스님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 진월 스님은 올해 7월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미국국제불교협회(IBAA) 이사로 선임됐고, 9월에는 법구경(담마빠다)을 한국어 영어 한문으로 다듬은 마음공부 신간 ‘법구경, 깨침의 노래’를 선보였다. 특히 한국어파트는 여느 법구경과 달리 운율에 맞춰 번역돼 시조나 율시와 같은 리듬감을 준다.


대승사는 지난 10월로 길로이 임시법당에 자리잡은 지 3년이 됐다. 예상보다 훨씬 긴 기간이다. 건축허가가 마냥 지연된 탓이다. 때문에 주지 설두 스님은 당초 계획했던 원대한 청사진을 접고 새 활로를 모색중이다. 이와 관련해 스님은 지난 여름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부처님 일이니까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며 “형편에 맞게 적당한 곳을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대승사가 떠나면서 실리콘밸리 유일 한인사찰이 된 산호세 정원사는 주지 지연 스님과 장기간 인연을 맺어온 신도들이 조용히 지키고 있다. 과거 정원사는 여래사와 함께 각종 재가단체 모임이나 사찰연합 모임장소로 애용됐으나 근년 들어 외부 연계활동이 뜸해졌다. 지연 스님의 인적 네트웍 덕분에 한두해 걸러 한번씩 정원사에서 펼쳐지곤 했던 승무 바라춤 등 수준높은 공연도 끊겼다.

카멜 삼보사 주지 대만 스님은 몇 년째 참선중이다. 제1차 3년결사를 마친지 두어달만인 재작년 부처님오신날에 제2차 3년결사에 돌입했는데 어느덧 종반전이다. 올해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인근지역 참선인들이 삼보사에서 포도단식을 하는 등 타커뮤니티 참선인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스님은 19일 전후좌우 6피트 간격유지 동지법회 풍경(사진)을 보내주면서 “날이 날이다보니 띄엄띄엄, 언제나 풀릴려나”라는 토를 달았다.

새크라멘토 영화사는 주지 동진 스님과 소수정예 보살들이 한마음 한뜻이 된 덕분에 ‘조용한 가운데 치열한 정신’의 도량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코로나사태 이후 정기법회는 한달에 한번(매월 첫째 일요일 오전 10시부터)으로 줄었지만 각종 재일과 기도는 제 날짜에 맞춰 빈틈없이 진행된다. 영화사는 또 ‘코로나 방학’ 기간에 근사한 온라인 도량을 선보이는 한편 사찰 이곳저곳을 수리하고 정원을 손질했다.

<정태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