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적으로 존경받던 목사 사후 성 추문 ‘충격’

2021-12-23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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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주류 기독교계 강타한 주요 뉴스

▶ 낙태 지지 정치인의 성체성사 참여 놓고 논란,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기독교인들 박해

세계적으로 존경받던 목사 사후 성 추문 ‘충격’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 낙태 지지 정치인의 성체성사 참여를 놓고 가톨릭계에서 논쟁이 있었다. 사진은 올해 초 대통령 취임식 직후 미사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이 기도하는 모습. [로이터]

세계적으로 존경받던 목사 사후 성 추문 ‘충격’

올해도 세계적으로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간에서는 인권유린적 기독교인 탄압이 자행됐다. [로이터]


다사다난했던 2021년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로 휘청거렸던 기독교계는 올해 어느 정도 정상의 자리를 되찾아 갔다. 하지만 올해도 교계 여러 곳에서 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많은 일이 일어났다. 기독교 매체 크리스천 포스트 등이 올해 미국 주류 기독교계 주요 뉴스를 살펴봤다.

◆ ‘헌금 유용, 성 추문’, 올해도 끊이지 않은 목사 추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교회와 유명 목사를 둘러싼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중 미국 교계를 강타한 소식 중 하나가 라비 재커라이어스 목사의 성 추문 소식이다. 재커라이어스 목사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독교 변증 사역가로 사후에 그를 둘러싼 성 추문 소식이 터져 나와 더욱 충격적이었다. 올해 2월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재커라이어스 목사에 의한 성폭행, 원치 않는 신체 접촉, 정신적 폭력, 혼외정사 등의 혐의가 밝혀졌다. 혐의와 관련, 5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조사를 받았고 이중 마사지 치료사 10여 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재커라이어스 목사는 부인 외 다른 여자와 문자와 이메일로 사적 내용을 주고받았으며 목사의 개인 전화기에서 200명이 넘는 여성의 사진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 피해 여성은 재커라이어스 목사가 사역을 통해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며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목사는 또 허리 통증 치료를 이유로 마사지 업소를 찾아 마사지를 받으면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키는 가하면 자위행위를 하며 사진 촬영도 서슴지 않는 등 충격적인 일탈을 일삼았다.

지난해 성 추문으로 담임 목사가 사임한 뉴욕의 대형 교회 힐송 처치의 경우 올해 목사들이 교회 재정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일부 목사는 성 추문에 휩싸였다. 올해 1월 교회 관계자 한 명이 뉴욕 힐송 처리 목사들이 교인들의 헌금을 마치 현금 카드 사용하듯 사용한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폭로에 따르면 일부 목사들은 헌금을 자신의 현금 카드 충전에 사용한 뒤 고급 식당, 명품 의류 숍, 네일 숍 등에서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고 일부는 뉴욕 고급 주택 생활비에 보태기도 했다.

뉴욕 힐송 처치의 행정 및 찬양 담당 관계자는 다른 목사의 딸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제이슨 메이스로 알려진 교회 관계자는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23세 여성을 모임에서 만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여성에 따르면 메이스는 여성을 강제로 끌어당긴 뒤 자신의 손을 여성의 다리 사이로 집어넣은 뒤 여성의 허벅지, 엉덩이 부분 등을 더듬은 혐의다.

◆ 낙태 지지 정치인 성체성사 참여 찬반 논란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CCB)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성체성사에 관한 수정안을 승인했다. USCCB는 지난 11월 ‘교회 생활에서 성체성사의 신비’라는 교리 문서를 찬성 228, 반대 8로 압도적 찬성으로 승인했는데 그 배경에는 올해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있다. 승인된 문서에는 정치인처럼 공직 권한을 행사는 신도들은 교회의 신념과 도덕률에 부합하게 양심을 형성해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또 교회의 도덕적 가르침을 완강히 거부하는 신자들은 성체성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2006년 교리 문서 내용도 유지됐다. 하지만 낙태 권한 지지 정치인의 성체성사 참여 여부와 관련, 별다른 언급이 없고 ‘개별 주교의 특별한 책임’이라고 명시 성체성사 참여 문제를 각 주교의 몫으로 남겼다.

가톨릭계에서는 낙태 권한을 지지하는 정치인의 성체성사 참여를 놓고 오랜 논쟁을 벌여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지사 시절부터 낙태 시술 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낙태 접근권 보장과 관련된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하지만 가톨릭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낙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오고 있다. 2019년 바이든 전 대통령 대선 캠페인 기간 중 한 신부가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성체성사 진행을 거부하면서 이 문제가 공식화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낙태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재판 판례를 성문화 하겠다고 밝히는 등 낙태 지지 행보를 이어갔다.

◆ 낙태 지원 정책부터 챙긴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낙태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재판 판례를 성문화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낙태 지원 국제단체에 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멕시코시티 정책’(Mexico City Policy)를 다시 철회할 뜻을 내비쳤다. ‘로 대 웨이드’는 1973년 연방 대법원이 미국 전역의 낙태를 합법화한다는 최초의 판결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성문화 추진은 향후 연방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지 못하도록 아예 쐐기를 박겠다는 뚜렷한 낙태 지지 의지로 해석된다. 멕시코시티 정책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4년 멕시코시티에서 도입 방침을 처음 발표한 낙태 반대 정책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폐지와 재도입이 반복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년간 낙태 권리가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왔다”라며 “앞으로 소득, 인종, 건강 보험 유무, 이민 신분, 거주지에 따른 차별 없이 낙태 관련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세계적으로 기독교인 박해 더욱 거세져

올해도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인과 소수 종교에 대한 박해가 끊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아이티에서 일어난 미국 선교 단체 일행 납치 사건이다. 지난 10월 미국 선교 단체 소속 16명과 캐나다인 1명이 아이티 갱단에 의해 납치됐다. 선교 단체에는 8개월 된 아이 등 어린이 5명도 포함됐다. 갱단은 1인당 10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으며 지난 16일 전원을 석방했다.

미군이 완전히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에 의한 기독교인 탄압이 거세게 이뤄졌다. 탈레반 무장 세력은 가가호호 방문하며 이잡듯 기독교인 색출에 나섰다. 스마트폰에서 기독교 관련 내용이 발견되면 사살하는 등 인권 유린적 탄압이 자행됐다. 기독교인 가정의 10대 소녀들을 납치해 탈레반 대원들에게 전리품처럼 넘겨주는 등 끔찍한 탄압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종교 자유 침해와 관련, 인도, 러시아, 시리아, 베트남 등을 특별 우려 국가로 지정해 줄 것을 국무부에 건의했다. 인도에서는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 기독교인 대상 박해 사례가 300건이나 보고됐다. 베트남의 경우 지방 관리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신체 폭력을 가하고 교회 건물 등 기독교 단체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의 박해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 족 탄압을 국제법상 범죄인 ‘민족 대학살’(Genocide)로 인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이 밖에도 기독교인을 범죄자 수배하듯 현상금을 걸어 수배하는 등 기독교인 대한 박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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