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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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돌아본 일

2021-12-09 (목)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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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여행 중에 우연히 어느 영화제에 나온 여배우의 소감 발표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되었다. 나는 이 여배우만큼 아직 나이 든 사람은 아니지만, 그 나이까지 얼마 남기지 않은 사람이라 공감이 가기도 했고, 마침 그럴 만한 순간을 경험한 다음 날이라 공감 그 이상이었다. “바라볼 것보다 돌아볼 게 더 많은 나이…”라는 말이었다.

나에게 작년 12월에 외할머니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안겨준,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귀한 선물인 첫 외손녀의 돌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가자는 제안이 있었다. 이 제안은 둘째인 큰 딸아이 내외가 했다. 특별한 제의는 양가 직계가 함께 하는, 그리 흔치 않은 계획이었다. 우리 모두 기쁜 마음으로 다녀온 뜻깊은 여행이었다. 더구나 여성의 창에 글을 쓰는 동안인 10월말에 먼저 막내가 다른 곳에서 다른 생활을 하겠다며 다른 주로 멀리 떠난 후였고 얼마 후 큰 아들은 다니는 회사가 다른 주로 이전을 하게 되다 보니 나와는 조금 더 멀어진 곳으로 떠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여행 덕분에 나는 세 아이들과 한자리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아이들이 이제 각자의 생활이 있다 보니 함께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특별한 날을 기념하자는 의미 있는 여행이다 보니 아무도 의견을 달리하지 않고 와 주었다. 이 여행은 외손녀의 돌 기념이라 한복까지 준비해 가서 사진을 찍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계획이었다.

35년 전 나는 딸아이 돌에 특별한 걸 해주고 싶어서 몇 일을 찾아다니다가 예쁜 노리개를 준비해서 한복에 달아주었었다. 그리고 난 후 딸이 결혼해서 언젠가 만약 딸을 낳으면 이 노리개를 돌날 한복에 달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잘 간직했었다. 게다가 난 그걸 한국에서 떠나올 때 여기까지 가지고 왔다. 그런데 정말 잘한 일이었다! 내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도 흘러서 딸이 결혼해서 외손녀를 낳다 보니 나의 막연한 생각이 실제 상황이 되었다. 돌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 외손녀 한복에 딸아이가 돌날 달았던 그 노리개를 내가 직접 달아주면서 예전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혼자 그 시간을 돌아보면서 울컥하기도 하면서 감동의 시간으로 언젠가 다시 돌아볼 일로 남았다.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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