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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유혈사태 예상했다...제니 더컨 시장, 이메일에선 ‘예견, 회피 가능’ 언급

2021-12-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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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시애틀 경찰국장과 소방국장에 보낸 이메일서 확인

‘CHOP’유혈사태 예상했다...제니 더컨 시장, 이메일에선 ‘예견, 회피 가능’ 언급

시애틀 한국일보

제니 더컨 시애틀시장이 작년 6월 소위 ‘캐피털 힐 조직시위 구역(CHOP)’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예견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퇴임을 코앞에 둔 그녀의 행로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컨시장은 흑인청년 로렌조 앤더슨(19)이 CHOP에서 피살된 다음 날인 6월20일 아침 칼멘 베스트 당시 경찰국장과 해롤드 스코긴스 소방국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처럼 말하고 “어려운 시기에 분투하고 있는 줄 알지만 경찰과 소방구조대가 출동할 수 없는 곳은 시애틀 시내에 단 한 곳도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이메일은 앤더슨의 어머니 도니타 싱클레어를 대리한 마크 린드퀴스트 변호사가 최근 공문서공개법에 따라 취득한 당시 문건들 중에 들어 있었다. 더컨시장이 CHOP 사태와 관련해 경찰국장과 소방국장을 포함한 고위직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메시지는 이들의 핸드폰에서 일제히 삭제돼 의혹을 불러 일으켰었다.


린드퀴스트 변호사는 시장이기에 앞서 노련한 연방검사였던 더컨시장이 ‘예견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있는’이라는 어휘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그녀가 직무를 유기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앤더슨은 작년 6월19일 BLM(흑인인권) 시위에 참가하려고 CHOP에 갔다가 라이벌 갱단원인 마셀 롱(18)의 총격을 받았다. 경찰과 소방국 구조대가 흥분한 시위들에 막혀 현장에 접근 못하는 사이 앤더슨은 뒤늦게 민간인 픽업트럭에 실려 하버뷰 메디컬센터로 이송됐지만 곧 숨을 거뒀다. 롱은 1급 살인죄로 기소됐다.

시 당국은 앤더슨의 어머니 싱클레어가 제기한 소송에서 당시 앤더슨이 시위현장에서 롱을 맞닥뜨린 것은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일이며 총격사건의 원인은 두 청년 사이의 사사로운 원한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시애틀 연방지법은 지난달 싱클레어에게 패소 판정을 내렸다.

린드퀴스트 변호사는 싱클레어의 상소 재판과 킹 카운티 고법에 별도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더컨 시장이 이메일에서 언급한 ‘예견 가능’이라는 어휘가 판결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컨은 공식석상에서는 그 같은 어휘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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