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테일러 시
2021-11-29 (월)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미국 텍사스주는 지난 2월 폭설과 기록적 한파로 대정전 사태를 겪었다. 발전소 전력 공급이 끊겨 주요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380만 가구가 추위에 떨어야했다.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텍사스주 중부의 소도시인 테일러 시는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무엇보다 전력난 대비책을 세웠다. 시는 올해 초 삼성전자와 텍사스 최대 송배전 회사인 온코사와의 만남을 주선해 전력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안정적인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시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알로카에서부터 수도관을 연결하기로 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아시아 문화 관련 서적을 탐독할 정도로 열성을 쏟았다고 한다.
윌리엄슨 카운티에 속한 테일러 시 인구는 1만7,000여 명이다. 이곳은 1870년대 체코와 독일·오스트리아 이주민 등에 의해 건설됐다. 도시 명칭은 철도 공무원인 에드워드 테일러의 이름에서 따왔다. 1877년 처음으로 조면기를 설치해 텍사스 중부의 농업 허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1879년 화재가 발생해 도시 기능이 상당 부분 파괴됐으나 곧 복원됐다. 테일러 시는 주도인 오스틴 시를 중심으로 한 ‘오스틴 광역권’의 일부로 낮은 세율과 저렴한 생활비를 자랑하고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물리지 않고 교육 수준도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매우 선호하는 지역이다.
삼성전자가 2024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하는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테일러 시를 최종 낙점했다. 새 공장이 들어설 테일러 시 부지에서 삼성의 오스틴 공장까지는 40여 ㎞,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테일러 시는 삼성전자에 부지에 대한 10년간 재산세의 92.5%, 이후 10년간 재산세의 90%를 깎아주기로 하는 등 총 1조2,000억 원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시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투자 유치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우리도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 혁파를 통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회귀) 지원에 나서야할 때다.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