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꿈틀대며 흘러 내려오는 산의 기운

2021-11-12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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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Emma & Old Mt. Emma (2)

꿈틀대며 흘러 내려오는 산의 기운

Mt. Emma 쪽에서 본 Old Mt. Emma.

꿈틀대며 흘러 내려오는 산의 기운

Old Mt. Emma 정상에서 본 Little Rock 저수지와 댐.


10분쯤이면 이내 주능선에 올라서게 되는데 이제는 Mt. Emma의 정상을 향해 길쭉한 S자 형태로 완만하게 꿈틀대 듯 굽으며 이어져 오르는 1마일 거리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별로 힘들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산길이다.

올라갈수록 시야가 깊어지면서 차츰 차츰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산줄기들을 보게 되는데 가까운 주변의 산세는 대체로 단순하고 부드럽다.

아마도 멀리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산의 기운들이 이제 이곳 사막의 평지로 잦아 들어가는 마지막 지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산은 산이로되 전체적으로는 산이 중심이 되는 지형이 아니고, 평지가 중심이 되고 그 안에 여기저기 산줄기들이 놓여져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산으로 오르면서 뒤 돌아 보면, 주차한 곳의 뒤쪽 작은 산줄기의 굴곡이 어머님의 젖무덤처럼 포근해 보인다. 대지의 여신의 넉넉한 젖가슴일지도.

한동안 능선의 중심을 걷다보면, 동북방향으로 옛 시절 우리 농촌의 초가지붕 정도의 곡선을 그리는 2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사막에 닿아있는 맨 왼쪽이 Old Mt Emma 이다.

오른쪽 봉은 우리가 지금 오르고 있는 Mt. Emma 와 Old Mt Emma의 사이를 이어주는 Mt. Emma Ridge 의 허리부위이다.

대체로 키가 큰 나무는 거의 없고 드문드문 California Buckwheat 류의 무릎높이의 식물들이 산에 박힌 점인 듯 드문드문하고, 바짝 마른 풀들이 성기게 나 있을 뿐 거의 벌거숭이 수준의 산이다. 산줄기 자체는 비옥해 보이는 부드러운 토양이지만, 식물들이 자라고 번식을 해내기에는 매우 가혹한 열사의 환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따금씩 불에 탄 채로 서있거나 쓰러져 있는 관목들의 형해가 눈에 띈다. 아마도 2009년에 있었던 Station Fire에 그나마 드물게 있던 약간의 관목마저 불타버린 듯한데, 그 주변에는 새롭게 싹이 터 오른 어린 Whitethorn들이 보인다.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등산로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그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산줄기를 1마일 오르면 이내 운동장같이 넓은 평지인 Mt. Emma 정상(5273’)에 올라서게 된다.

사면의 경개에 막힘이 없다. 천산만야란 이런 형세를 두고 하는 말이겠다. 남동쪽으론 Mt. Pacifico 가 두드러지고, 남서쪽으로는 Mt. Gleason 이 밋밋한 그 정상부의 특징 때문에 쉽게 눈에 들어온다.


정상의 중간에 20여개의 돌덩이들을 쌓아 놓고 그 안에 정상등록부를 비치해 놓았으니, 시간이 바쁘지 않다면 이마의 땀도 식힐 겸, 먼저 이 자리에 올랐던 사람들이 남긴 감회를 살펴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인데, 우리도 뭐라고 한마디 남김직 하다.

Mt. Emma 의 봉우리 북쪽 끝에 서면 약간 낮은 높이로 봉긋하게 솟은 2개의 봉우리가 반쯤 겹쳐진 채 보이는데, 뒤쪽이 여기서 1.75마일 거리의 Old Mt Emma 이다. Mt. Emma Ridge 를 따라 크게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또 다시 내려갔다 올라서면 이곳이 Old Mt. Emma(5063’) 이다. 대략 1시간쯤 걸린다.

정상에는 좀 더 크게 돌무더기를 만들고 그 안에 정상등록부를 넣어 두었다. 북쪽을 향하면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Palmdale 시가지가 가깝고 물이 담긴 호수가 보인다. 10마일이 채 안될 거리의 Palmdale Lake 이다. 이 봉우리의 북쪽 아래는 바로 Mojave 사막이 된다. 동쪽으로 약 1마일거리의 작은 물줄기는 댐이 있는 Little Rock 저수지이다.

방금 지나온 Mt. Emm쪽을 돌아본다. 이곳까지 크게 세 개의 봉우리가 이어져서 형성되어지는Mt. Emma Ridge 의 산줄기가 여신의 몸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깨끗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막의 평야부에 이렇듯 부드러운 육산의 줄기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씻겨 내리지 않고 둥그스럼한 둔덕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의 강우량이 적어 침식작용이 아주 미미하기 때문인 것일까?

하산할 때는, 비록 정상에서 보면 더욱 가깝게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 길이 보이더라도, 올라온 코스 그대로를 다시 되짚어 내려가는 것이야 말로, 자연을 배려하는 등산인의 기본준칙이자, 자신과 동료들도 배려하는 안전수칙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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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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