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지의 여신처럼 부드럽고 정갈한 산세

2021-11-05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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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Emma & Old Mt. Emma (1)

대지의 여신처럼 부드럽고 정갈한 산세

Mt. Emma 정상에의 동쪽 전망.

대지의 여신처럼 부드럽고 정갈한 산세

Cole Point 쪽에서 본 Mt. Emma & Old Mt. Emma.


오늘 안내하는 Mt. Emma 와 Old Mount Emma 는 LA 에서 아주 가까운 San Gabriel 산맥에 있지만, San Gabriel 산맥에 있는 통상의 여느 산과는 많이 다른 특질이 있다.

San Gabriel 산맥은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에 걸쳐있어, 길쭉한 럭비공이나 통통한 고구마를 닮은 모양이다. 제주도 면적의 약 1.5배가 되는 산악지역으로, 그 남쪽은 LA카운티를 면하고 있고 북쪽은 모하비사막을 면하고 있다.

Mt. Emma는, 동서로는 San Gabriel산맥의 중간쯤이면서 북쪽의 맨 가장자리인 Mojave사막에 닿아있어, 기후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태평양보다는 대륙의 영향을 받는다는 특징이 있겠다. 그런데 San Gabriel산맥의 산들이 대개 거칠고 험준한 산세를 가지는 악산이고 골산임에 비해 완만하고 편안한 곡선의 능선에 부드러운 흙으로 덮여있는 육산이면서 덥고 건조한 사막지역 답게 이렇다 할 수목이 별로 없어, 대지의 여신 Gaia가 그 풍염한 나신을 그대로 다 드러낸 채 Mojave사막이라는 편안한 모래 카펫에서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될 만큼 티없이 정갈하고 부드러운 산세를 이루고 있다.


Emma 라는 산의 이름은 1900년경에 이곳에서 동쪽으로 약 10마일 거리의 Devil’s Punch Bowl County Park 의 인근에 있던 Pallett Ranch Family 의 따님들 중에 유난히 사랑스럽기로 인근에 평판이 높았던 젊은 여식의 이름에서 온 것이라고 하니, 역시 이 산이 주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여성적인 분위기가 고려된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Pallett Family는 Devil’s Punch Bowl의 동쪽이며 Big Rock Creek 의 위쪽에 터를 잡고 Ranch 를 운영했다고 하는데, 지금의 Mt. Williamson 과 Will Thrall Peak 으로 이어지는 Pleasant View Ridge 상에 있는 Mt. Pallett 은 이 가문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아마도 인근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림을 받을만한 후덕한 가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한 가족이 3개의 큰 산에 이름을 남겼으니, 가문의 큰 영광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우리의 어른들이 선영에 조상들의 생을 기리는 비석을 새길 때, 비문의 말미에 붙이는 말이 대개 ‘영세불망’ 인데, 영원히 세세토록 잊히지 않고 기억되어지라는 염원의 표출일 것이다. 이 Pallett Family 야 말로, 큰 산들에 가문의 이름을 올리게 됐으니, 가문의 근본이었던 Ranch 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느덧 사라졌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가문이 지은 적덕의 선과가 그야말로 ‘영세불망’ 의 맑은 영예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 속담인 “호랑이는 죽어서 그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그 이름을 남긴다”는, 특히 오늘날과 같이 금전만능의 물신숭배가 보편적 사회현상이 되고 있는 시대에는, 더욱 절실하게 음미되고 선양되고 정립되어져야 할 좋은 교훈이겠다.

다소 비약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올바른 가치를 확고히 하는 데는 등산활동이 매우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싶다. 맑고 향내나는 천기를 흡입하며 아름다운 산길을 힘들여 걷다보면 육신의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감사와 기쁨으로 다가오게 되어지기에, 이러한 대자연과의 교유를 지속하다보면, 만인이 모두 염원하는 행복이란 것은 물질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일임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어 진다. 물질이나 권세에 대한 집착이 누그러지는 대신에 정신적인 충만감이 고양되어짐으로써, 등산의 생활화를 통해서 결국에는 심신의 여유와 건강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하긴 우리가 익히 들어온 ‘인자요산 지자요수’란 말이나 ‘요산요수의 삶’이란 바로 이러한 경지를 이르는 것이겠다.

LA 한인타운에서 1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어 왕래키에 편한 셈이고, 코스도 등산시작점에서 Mt. Emma 까지 1마일, Mt. Emma에서 Old Mt Emma까지는 1.75마일로, 왕복거리가 5.5마일에 순등반고도는 1500‘가 되는, 비교적 쉬운 산행이다.

단지, 모하비사막에 인접한 더운 지역이고 그늘을 드리워줄 수목이 전혀 없으므로, 이 산을 오르는 시기로는 여름철은 피해야 하며, 악천후만 아니라면 겨울철도 좋다고 하겠다.


가는 길

I-210의 Angeles Crest Highway(SR-2)의 출구로 나와서 동쪽으로 9.5마일을 가면 Clear Creek의 3거리(Mile-marker 33.8)에 닿게 된다. 여기서 왼쪽으로 갈라져 나가는 도로가 Angeles Forest Highway(N-3)이다. 이 N-3를 따라 Palmdale 방면으로 20마일을 가면(Mile-marker 15.18), 오른쪽으로 Mt. Emma Road 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잘 포장된 Mt. Emma Road 를 따라 2마일을 가면 길 왼쪽 변으로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을 널찍한 세모꼴의 비포장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Mile-marker 2.0). 이곳에 주차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45.5 마일을 온 지점이다.

등산코스

등산시작점(4250‘)은 주차된 길을 오른쪽(동쪽)으로 건넌 곳의 산기슭에서, 예전에 이 산에 올라갔던 사람들의 발자취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아주 완만하게 중심능선을 향해 올라간다. (다음에 계속)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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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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